[문화 산책] 일본 할머니 작가 전성시대를 보며

바야흐로 전 국민의 문인(文人) 시대가 활짝 열렸다. 너도 나도 전화기에다 코를 박고 손가락으로 글을 쓴다. 말로 늘어놓던 것을 이제는 글로 쓰는 것이다. 시도 때도 없이 쓴다. 참 빠르게 잘도 눌러댄다.

그렇게 쓴 글을 모으면 엄청난 양이 될 것이다. 한 사람이 해마다 장편소설 한 권쯤은 거뜬히 쓰지 않을까. 그렇게 엄청나게 많은 글들이 허공을 날아다닌다. 이렇게 많으니 그중에는 좋은 글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아예 전화기에다 연재소설을 쓰는 작가도 있지만, 그런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문인이요 작가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형편이 이러하니 "아이구, 글이라니! 난 글 쓸 줄 몰라요!"라는 말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 이미 열심히 쓰고 있는데 뭘!

시작이 반이다. 이제는 잘 쓰기만 하면 된다. 이왕에 쓰는 것이니 잘 썼으면 좋겠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쓰려고 이상야릇한 줄임말 만들지 말고, 속 시원하자고 천박한 욕지거리 날리지 말고, 근거도 없는 소문 퍼트리지 말고. 건강하고 좋은 글 써서 "나도 작가다"라고 외치자는 말이다.

대화를 나눌 때 좋은 말, 바른 말, 아름다운 말을 써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전화기로 오가는 글도 곱고 착하고 감동적이기를 바란다. 그래야 세상이 아름다워지지 않을까. 그래서일까. 글쓰기 강의가 온라인에 넘쳐난다. 잘 쓰고 싶은데, 배울 데가 없다는 핑계는 통하지 않는다.

특히, 나이 드신 이들에게 전화기 활용이나, 글쓰기를 권하는 의견이 많다. 정신건강이나 치매 예방에 좋다는 조언이다. 그런 거 잘못하는 나 같은 중생은 원시인 취급을 받는 세상이긴 하지만, 그건 나이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먹기 나름이라고 한다.

글쓰기도 나이와는 관계없는 일이라고 한다. 요새 일본에서는 할머니 작가들의 인기가 대단하다는 소식이다. 올해 초 63세의 신인 여성작가가 등단 첫 작품으로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고, 지난해 일본의 연간 베스트셀러 1위는 95세 여성작가 사토 아이코가 쓴 '90세, 뭐가 경사라고'가 차지했는데, 100만 부가 넘게 팔렸다고 한다. 지금도 현역 화가로 활동하는 시노다 도코(105)의 '103세가 돼 알게 된 것'은 2015년 출간된 후 50만 부 넘게 팔렸다.

그밖에도 많은 100세 전후 할머니들의 저서가 서점가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야말로 '위풍당당'이다. 이 '위풍당당' 할머니 작가들의 이구동성은 "인생에 늦은 때는 없다"는 것이란다.

참고로, 일본에서는 100세 전후 할머니를 '아라한'이라고 부른단다. 무슨 말인가 했더니 around hundred(얼추 100세)를 줄인 일본식 영어란다. 재미있다.

어쨌거나, 이제는 나이가 많아서 글 못 쓴다는 말은 전혀 통하지 않게 되었다. 열심히, 그리고 멋지게 쓰는 수밖에. 그러다 보면 뜻밖의 명작이 튀어나올지도 모를 일이니.

장소현 / 극작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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