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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로그인] '미투' 희석시키는 '펜스룰'

나도 당했다 #미투, 당한 당신들의 고통을 이해하고 공감한다 #위드유, 성폭력의 시대를 끝낼 시간이 됐다 #타임스업.

소셜 미디어는 요즘 매일 새로운 해시태그의 물결이다. 작년 10월 할리우드에서 시작된 '미투(Me Too)' 캠페인은 불과 몇 개월 사이에 한국과 미국을 넘나드는 동시간의 사회 운동으로 발전했다. 법조계 문화계 교육계 종교계 정치계, 권력의 계층이 엄존하는 거의 전 분야에서 봇물 터지듯 권력형 성폭력의 실체가 드러나고 충격과 분노와 허탈과 좌절의 시간을 겪으며 차츰 공감과 연대로의 진화를 이어가고 있다.

그런 중에 최근 '펜스룰 (Pence Rule)' 이라는 맞개념이 등장했다.

"아내 이외의 여자와는 절대로 단둘이 식사하지 않는다" 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과거 발언에서 시작된 이 경건해보이는 '룰' 은 미투 성폭력 고발의 대란 속에서 남성들이 내건 일종의 바리케이드다.



구설에 오를 수 있는 행동을 사전 차단하기 위해 아내 외의 다른 여성과 개인적인 접촉을 않는 것이 펜스룰의 개념이다. 이로 인해 여성 직원을 회식 자리에서 제외시키고 출장 업무에서 배제하고 심지어 업무 지시조차 '말을 섞으면 오해를 살 수 있어' 오직 문자로만 내리는 상사가 등장한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에는 펜스룰을 따른다는 남성들의 글이 미투처럼 이어진다. "여직원과 함께 식사하기가 무섭다", "무조건 최대한 몸을 사려야 한다", "나도 모르는 사이 가해자가 되어 있을 수 있다" "일종의 방어운전 같은 개념이다"

애초에 성폭력을 저지르지 않으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에 남성들은 항변한다. 내가 성범죄 가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 펜스룰을 따르는 것이 아니다, 무고한 상황에서도 여성의 증언만으로 가해자라는 누명을 쓸 수 있고 보호받을 수 있는 장치가 없기에 스스로를 방어하겠다는 것이다, 라고.

오랜 고민과 망설임 끝에 미투 운동에 얼굴을 드러낸 여성들의 고통을 '무고한 고발' 의 가능성으로 폄하할 수 있는 발상이고 여성을 동료가 아닌 성적 대상으로 간주한다는 왜곡된 시선의 반증이기에 안타깝고 씁쓸하다.

110년 전 미국 의류업 여성 노동자들이 열악한 작업 환경을 견디다 못해 광장에 나와 노동권과 참정권을 요구하며 '빵과 장미를 달라'고 외쳤다.

여성의 생존권과 존엄성을 요구했던 그 목소리는 100년하고도 10년이 지난 오늘 새삼스럽다. 권력과 성폭력으로 빼앗긴 장미의 존엄이 오늘의 현실이다. 그럼에도 빵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긴 시간 고통을 감내하거나 내놓고 나서지 못했던 공포와 두려움이 2018년의 진실이다.

펜스룰로 차단막을 치는 남성들을 보며 마음놓고 일할 기회, 가진 능력을 발휘할 기회, 동료로서 어울려 협업할 기회, 더불어 살아갈 기회를 제한받고 강자생존의 현장에서 여성들이 또다른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내일은 아니기만을 간절히 희망한다. 3월 8일은 국제여성의 날이다.


최주미 디지털부 부장 choi.joomi@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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