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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불 아래서] 하나님의 응원가

봄이 오는 문턱에서 마주친 찬 바람에 넣어두었던 겨울 외투를 다시 찾아들었지만, 고집을 피우며 머물던 바람도 이제는 지친 듯하다. 꽃망울을 한껏 터트리는 프리지어가 "나는 봄이다"라며 매혹적인 향기로 겨울을 밀어내고 있으니 말이다.

생각해보면 계절들은 모두 그랬다. 문을 여는 계절도 문을 닫는 계절도 참 향기롭다. 봄꽃의 향기, 여름의 싱싱한 향기, 가을 열매의 향기, 겨울은 눈꽃 향기. 모두 멀어져가는 뒷모습도 맵시가 있다. 뒤돌아보지 않고 그렇게 멀어져 간다.

계절만 그런가. 하루하루가 그렇다. 하늘을 물들이는 저녁노을은 밤하늘을 수놓는 별빛으로 이어지며 내일의 여명을 약속한다. 매일 넘치는 이 아름다움을 참 쉽게도 지나치는 우리들이다. 향기를 맡을 코는 매연에 시달리고, 꽃망울 터지는 소리를 들어야 할 귀에는 자동차 소리만 요란하다. 별빛을 보지 못하는 우리가 회색 빌딩에 가린 푸른 하늘을 눈에 담을 수 있을까.

계절이 바뀔 때마다, 아침과 저녁이 오갈 때마다, 그렇게 매일 매일 우리는 수많은 격려를 놓친다. 매일 매일은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응원이다.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는 민들레에도 어여쁜 노란 꽃을 피우시는 하나님의 응원이다. 단단하기만 한 회색 콘크리트 사이를 뚫고 싹을 내게 하시는 하나님의 응원이다.하지만, 우리의 하루에는 세상의 응원도 있다. 앞으로만 달려가라고 누구에게도 지지 말라고, 그러면 더 많은 것을 가질 거라는 응원가를 매일 듣는다. 별빛을 화려한 조명이 대신하고, 푸른 하늘은 푸른 지폐 조각이 가려버렸다. 모두가 선두에 서고 싶고 모두가 금메달을 목에 걸려고 한다. 그러나 인생의 금메달이 하나뿐이라고 도대체 누가 정한 것인가.



욕심이 힘을 만나 비참해지는 길은 달리면 달릴수록 자신도 우리도 아프게 한다. 돈이 이러한 힘이 되면 가난을 업신여기고, 자리가 힘이 되면 약한 이를 무시하며 인격을 파괴하고 상처를 남긴다. 깨달음도 이 힘을 만나면 교만이 되고, 옳다고 하는 길도 독선이 된다. 교회도 이런 힘을 만나면 최선이 아니라 최고만 외치고, 반듯한 삶이 아니라 번듯한 삶을 말하게 된다.

그러니 어찌 더 이 세상의 응원에 취해 있을 수 있는가. 우리에게 무언가 있다면 하나님이 주신 은혜뿐이다. 아무것도 아닌 들풀에 꽃을 입히시고, 콘크리트 사이에 싹을 내시는 하나님께서 우리의 응원이라고 고백할 뿐이다. 바로 우리가 하나님의 금메달이라는 응원이다. 내가 만나는 오늘은 하나님의 응원이다.

sunghan08@gmail.com



한성윤 목사 / 나성남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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