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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맥 세상] 늘어나는 뱃살, 쪼그라드는 뇌

살이 찌면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은 상식으로 통한다. 군살을 빼면 각종 성인병을 예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보기 좋은 체형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으니 '살빼기'는 그야말로 현대인의 숙제 같이 되어 버렸다.

그런데 살이 찌면 치매 같은 뇌질환의 위험성도 함께 늘어난다면 쉽게 납득이 될까. 그런데 많은 임상 데이터는 비만과 뇌질환의 연관성이 매우 긴밀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비만인 사람들에겐 좀 미안한 말이지만 뚱뚱하면 일반적으로 '미련해 보인다'는 선입견을 많이 받는다. 실제 경험상 그런 것인지, 아니면 비만인 사람들의 행동과 말투가 대체로 민첩하지 않아서 그런 인상을 받는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그러나 연구 결과를 보면 그것이 단지 빈말은 아닌 것 같다. '살이 찔수록 뇌가 쪼그라들기' 때문이다.

2005년 100여 명을 상대로 허리-엉덩이 비율(복부비만도)과 뇌의 구조적 변화를 비교했다. 분석 결과 복부비만도가 높을수록 뇌의 기억중추인 해마의 크기가 더 작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억 능력은 해마의 크기에 달려 있기 때문에 뱃살이 많아질수록 기억력 감퇴는 물론 뇌졸중 위험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같은 연구는 탄수화물, 특히 밀가루에 많이 들어있는 글루텐(gluten) 성분이 뇌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심도 깊게 다룬 신경과 전문의 데이비드 펄머터의 베스트셀러 '그레인 브레인(Grain Brain)'에 소개되어 있다.

보다 실증적인 연구도 있다. UCLA와 피츠버그대학교의 공동 프로젝트에서 연구진은 치매나 다른 인지능력에 문제가 없는 70대 94명의 뇌영상을 5년 간 추적했다. 분석 결과 비만한 사람들의 뇌는 정상 체중을 가진 그룹보다 16년 늙어보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 외에도 1960년대 중반부터 1970년대에 이뤄졌던 평균 나이 36세의 6500명 검진 기록을 놓고 이들의 30년 후 치매 발병률을 비교했더니 체지방이 많았던 그룹의 치매 위험이 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비만과 뇌기능은 악순환을 반복한다. 비만은 뇌기능 축소를 부르고, 퇴행하는 뇌기능 때문에 운동능력은 더 떨어져 비만은 더 악화된다.

그렇다면 비만은 왜 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펄머터 박사는 '대단히 많은 뇌질환이 탄수화물을 너무 많이 먹고 건강한 지방을 너무 적게 먹는 실수에서 비롯된다'고 단언한다.

탄수화물 섭취가 뇌기능에 악영향을 미치는 복잡한 메커니즘을 여기서 다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간단히 정리하자면 이렇다. 탄수화물을 과다 섭취하면 인슐린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인슐린 저항증) 높은 혈당이 마치 유리파편처럼 혈관 손상을 일으키고 뇌에 플라크라는 이상 단백질(염증)을 형성시킨다. 그래서 대표적인 뇌질환인 알츠하이머(치매)를 '제3의 당뇨병'이라고도 부른다. 이는 당뇨병 환자가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2배 이상 높다는 데서도 추론이 가능하다.

이 책에는 각종 두통, 신경성 질환, ADHD, 우울증, 위장병 등 질병의 원인을 제대로 알 수 없었던 환자들이 단지 탄수화물(특히 글루텐 성분이 든 밀가루 음식)을 줄이고 좋은 지방(올리브유, 코코넛오일, 질 좋은 버터 등)을 섭취하는 방식으로 식사 패턴을 바꾼 것만으로도 증상이 현저하게 사라진 사례들을 많이 소개하고 있다.

결국 체중을 줄이려면 지방 섭취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에너지 효율이 높은 좋은 지방을 많이 섭취하고 대신 탄수화물을 줄이라는 것이 요체다. 요즘 영양학계에서 많은 설득력을 받고 있는 소위 '저탄(수화물)고지(방)' 식단으로 바꾸라는 것이다. 탄수화물이 자꾸 당긴다면몸의 '필요'보다는 '중독'으로 이해해야 한다.


이원영 / 논설실장·한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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