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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OC한인회의 우공이산

우공이산(愚公移山)이란 말이 있다. 옛날 중국에 나이 90세 가까운 우공이 살았다. 우공의 집 앞엔 둘레 700리, 높이 수만 척인 두 산이 있었다. 어딜 가려면 산을 빙 돌아가야 했던 것. 어느 날 우공은 가족들에게 "힘을 합쳐 저 두 산을 옮기겠다"고 선언했다. 이튿날부터 우공의 가족은 삽으로 파낸 흙과 돌을 멀리 바다에 버리는, 그야말로 무모한 도전을 시작했다. 누군가 찾아와 "이 큰 산을 언제 다 옮길 것인가"라고 묻자 우공은 "내가 죽으면 아들과 손자들, 그 이후엔 대대손손 산을 옮길 것이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두 산을 모두 옮길 수 있다"고 답했다. 우공의 말에 감탄한 신은 하룻밤 사이 두 산을 다른 곳으로 옮겨줬다. 우공이산은 우직하게 한 우물을 파는 사람이 큰 성과를 거둔다는 뜻이다.

우리 주위에도 우공은 있다. 20년 넘게 OC한인종합회관을 마련하기 위해 기금 모금을 해 온 전·현직 한인회장들과 이사들, 후세에 부끄럽지 않을 종합회관을 세우기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연 많은 OC한인들이다. 말이 쉽지 20년 넘게 한 가지 프로젝트를 꾸준히 진행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역대 OC한인회는 각 2년씩인 임기 동안 빠듯한 운영비로 살림을 하고 각종 행사를 치르면서도 어떻게든 종합회관 건립기금을 마련해 후대에 넘겼다.

임기가 끝날 때마다 2만 달러, 3만 달러씩 모은 역대 한인회 관계자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나름 최선을 다해 기금을 모았지만 그 이상으로 치솟는 부동산 가격을 바라보며 망연자실했을 법도 하다. 그럼에도 종합회관 건립기금 모금을 포기하자는 이는 없었다. 무모한 목표를 고집하지 말고 기금을 헐자고 말하는 이도 없었다. 지금까지 지켜본 역대 한인회장들은 모두들 '종합회관 건립'이란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살며 모금에 나섰다.



돌이켜 보면 이들에겐 믿음이 있었던 것 같다. 언젠가 OC한인종합회관이란 간판을 번듯한 건물에 매다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란 믿음 말이다. 이런 믿음에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불이 붙기 시작했다. 제24대 한인회 김가등 회장이 대대적인 모금 캠페인을 시작한 것이다. 결국 24대는 모금 관련 비용을 제하고 39만1680달러를 모았다.

역대 한인회가 적립해 온 43만여 달러에 24대 한인회가 모은 돈을 합쳐 82만여 달러를 손에 쥐게 된 25대 한인회도 임기 내내 모금 드라이브를 걸었고 197만5000달러에 현 한인회관 앞 건물을 매입하려 하고 있다.

어려움도, 고비도 많았지만 한인회는 한 걸음씩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개인, 단체, 한국 정부(재외동포재단)의 성원과 격려도 뒤따랐다. 심지어 한인회와 교류협력 상호협약을 맺은 서산시도 500만 원이란 큰돈을 보내왔다.

이런 기부자들의 정성은 20년 넘게 우직하게 돈을 모아온 우공들에게 보내는 성원일 것이다.

OC한인종합회관이 마련되고 성공적으로 운영되려면 앞으로도 만만치 않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에스크로를 마친 뒤엔 리모델링을 해야 한다. 동시에 종합회관 운영을 놓고 말썽이 빚어지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빈틈없이 마련해야 한다. 융자를 받아 부족한 자금을 채운 뒤엔 원리금을 갚아 나가야 한다.

남은 과제가 만만치 않지만 종합회관 마련에 이르기까지의 20여 년 고생에 비할 바는 아닐 것이다.

모든 일이 다 끝난 뒤에 칭찬과 격려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OC의 우공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큰일을 끝까지 차질 없이 잘 마무리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한인회는 27일 로스코요테스 골프장에서 마지막 종합회관 후원의 밤 행사를 연다. 우공의 어깨를 두드려주고 싶은가. 그렇다면 바로 지금이 이들을 격려할 때다.


임상환 / OC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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