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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호케이'<북한식 하키 발음> 선수들 '퍽' 몸 던져 막고 코카콜라 즐겨

구 소련 영향으로 1950년대 도입
2001년 세계랭킹 12위 오르기도

"경기 중 상대 팀을 향해 '아악~'하고 비명을 지를 때도 있다."

한국 여자아이스하키 골리 신소정(28)은 중앙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을 "악바리 같다"고 표현했다.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남북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에는 한국 선수 23명에 북한 선수 12명이 가세했다. 비록 올림픽 무대에서 3전전패로 예선탈락했지만 이번 대회 최대화제를 독점했다. 경기에 뛸 수 있는 게임엔트리는 22명이고, 북한 선수 3명이 출전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북한 여자아이스하키는 국제무대에 종종 나섰지만, 여전히 베일에 가려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10년전만 해도 한국보다 훨씬 강했다. 구소련 영향을 받아 북한에는 1950년대 아이스하키가 도입됐다. 북한에서는 아이스하키를 '빙상 호케이'라 부른다. 하키(hockey)의 러시아식 발음과 비슷하다.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이 평양에 빙상장 건설을 주도한 뒤 북한 여자아이스하키는 한 단계 더 성장했다. 2007년 청춘 겨울아시안게임 남북대결은 한국에는 굴욕적이었다. 당시 주전 골리었던 신소정은 "북한이 5-0으로 앞선 3피리어드부터 자기들끼리 퍽을 돌리며 공격을 하지 않고 봐줬다. 그때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이후 경제난으로 북한 정부는 여자아이스하키에 대한 지원을 줄였다. 국제 제재로 장비 수입도 어려웠다. 북한은 2011년 참가 경비가 없어 프랑스에서 열린 여자 세계선수권 출전을 포기, 모든 경기에서 0-5 몰수패를 당했다.

임재천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에 자극받아 1989년 세계청년학생축전을 무리하게 개최하면서 배급량이 줄었다. 여기에 소련이 붕괴하면서 경제적 어려움이 가속됐다"고 전했다.

지원이 줄어든 북한은 지난해 4월 강릉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디비전2 그룹A(4부리그)에서 한국에 0-3 완패를 당하기도 했다. 북한은 한국과 역대전적에서 4연승 뒤 2연패다. 2001년 세계랭킹 12위까지 올랐던 북한은 현재 25위까지 떨어졌다. 한국(22위)보다 3계단 낮다. 북한은 세계선수권에서 2승(1연 장승) 3패를 기록, 4위로 간신히 4부리그 잔류에 성공했다. 한국은 5전 전승으로 우승해 3부리그로 승격했다.

아이스하키 경기에선 22명의 게임 엔트리 중 골리 2명을 제외하고, 20명의 필드플레이어가 5명씩 1개 조로 4개 조(1~4라인)가 번갈아 투입된다. 한국 남자팀의 A 감독은 "1~2라인이 주력 라인인데, '북한 1라인'은 '한국 4라인'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경제난으로 지원 줄어 4부로 추락
선수 대부분 당 간부 자녀들인 듯


북미 아이스하키(NHL)에서 LA 킹스의 감독을 역임했던 앤디 머리 감독의 딸로 유명한 새러 머리(29.캐나다) 한국팀 감독은 올림픽 개막 직전 "북한 선수 중 수비수 2명 공격수 1명이 보탬이 될 순 있지만 1~3라인에 들어올 만한 선수는 아무도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머리 감독은 북한 선수 중 인상적인 선수로 23번(원철순) 7번(정수현) 6번(김향미). 11번(박선영) 5번(김농금)을 꼽았다. 단일팀에 가세한 북한 선수 12명 가운데 디펜스 원철순과 김농금 포워드 정수현이 맹활약했다.

원철순은 지난해 세계선수권 남북대결에서 슛을 육탄방어로 막아냈고 영국과의 경기에서 골을 터트려 3-2 연장승에 힘을 보탰다. 정수현은 슬로베니아와 경기에서 골을 터트려 4-2 승리에 기여한 베테랑이다. 지난해 세계선수권 당시 북한은 22명 엔트리를 다 채우지 못한 채 20명으로 나섰다. 평균 키 1m61cm로 크지않고 나이는 24세 최고령은 김농금(37)이다. 북한은 체구가 큰 영국을 상대로 탄탄한 수비 후 빠른 역습을 펼쳐 승리했다.

북한에선 주로 당 간부의 자녀가 아이스하키를 한다고 알려졌다. 지난해 강릉 세계선수권 당시 북한 선수들은 캐나다제인 바우어와 CCM 브랜드의 장비를 썼다. 북한의 일반 가정에서는 비싼 아이스하키 장비를 장만할 여유가 없다.

그렇지만 북한의 다른 종목 선수들보다 전반적으로 자유로운 분위기다. 선수들은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취재진의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고 자유롭게 경포 해변으로 나와 즐기기도 했고 경기를 관전하며 코카콜라를 마시기도 했다. 북한 선수들은 TV로 NHL을 즐겨본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사상적으로는 투철해 보였다. 2003년 북한 선수들은 탈북 선수인 박보영에게 욕설을 퍼붓고 악수도 거절했다. 최근까지 한국 기자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았고 식당에서 한국 선수를 만나면 눈도 마주치지 않고 자리를 피했다.

다만 '반갑습니다' 등을 부른 남북공동응원단에는 손을 흔들고 고개 숙여 인사했다. 북한 선수들은 진천 선수촌에서 합동훈련하며 한층 부드러워진 태도를 보였다. 성적과 관계없이 평창 올림픽에서 가장 많은 이야기거리를 제공한 북한 하키팀의 방한이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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