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목사가 누군지도 모르는데 투표하라니?"

퀸즈한인교회 논란으로 본 목회자 청빙 실태 (상)

설교 한 번만 듣고 목회자 청빙 투표를 할 만큼 후보자를 잘 파악할 수 있을까. 최근 퀸즈한인교회의 목회자 청빙 절차에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특정 기사와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지난 4일 청빙 투표 부결 발표
투표 전부터 내부서 문제 제기

"설교 한 번 듣고 어떻게 파악해"
찬반투표는 명목상 진행될 뿐

청빙 문화는 모두의 인식 개선 필요
"절차 투명 공개해도 문제 생길 것"


지난 수년간 교계의 청빙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목회자 청빙은 그만큼 여러 요인이 복잡하게 얽힌 채 교계의 구조적 모순이 빚어낸 문제라 그렇다. 최근 동부 지역을 대표하는 대형교회인 퀸즈한인교회가 담임목사를 청빙하는 과정에서 논란이 일었다. 청빙 과정의 투명성 문제가 불거져서다. 퀸즈한인교회내에서 불거진 논란을 통해 한인 교계의 청빙 현실 등을 들여다봤다.


퀸즈한인교회는 동부 지역 대표 교회 중 하나다. 이번 청빙에 교계의 이목이 집중됐던 이유다.

교회 측은 지난 4일 남가주사랑의교회 이상철 목사를 최종 후보로 두고 담임목사 청빙 투표를 실시했다. 하지만, 찬성표가 2/3를 넘지 못하면서 청빙 부결이 공식 발표됐다.

부결은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다. 투표 전 청빙위원회의 후보자 선정 과정에 대해 내부적으로 여러 문제점이 교회 게시판 등을 통해 공식적으로 불거졌기 때문이다.

우선 이 교회 김경한 장로가 청빙 절차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했다. 김 장로가 지난달 26일 청빙위원회와 임시 당회장에게 보낸 글을 보면 "청빙은 결코 성급하게 결정할 것이 아니라 공정하고도 선명한 기준과 절차에 의해 후보 목사의 자격을 꼼꼼히 검증하고 교인의 총의를 모아 이루어져야 한다"며 "그러나 청빙위원회의 발표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장로는 ▶청빙 후보에 대한 Q&A 시간을 갖는다는 광고가 교인들에게 너무 촉박하게 전달된 점 ▶후보 목사가 빠지고 청빙위원회와 교인끼리만 갖는 Q&A는 후보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음 ▶교인들에게 청빙위원회의 지침, 운영과정, 절차 등의 설명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었다.

김 장로의 글은 청빙 단독 후보인 이상철 목사가 주일 설교(1월28일)를 하기로 예정된 이틀 전에 공개됐다.

그 주에 이 목사는 곧바로 설교를 했고, 청빙을 위한 공동의회 투표는 다음주(2월4일) 진행되기로 했다.

이번에는 투표 전날 청빙 과정에 대한 문제점들이 또다시 제기됐다. 이번엔 이 교회 서영석 장로가 '제4대 담임목사 청빙 선거를 앞두고'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서 장로는 교회의 대외적 신뢰성을 문제 삼으며 "1월20일에 서류(담임목사 지원서ㆍ33명)를 마감했는데 마감일 하루 뒤에 곧바로 후보자를 발표했다"며 "이것은 후보자를 마감일 이전에 선정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후보는 반드시 두 명 이상이어야 하는데 단일 후보에 대해 단순히 찬반을 묻는 투표의 맹점 ▶소상한 내용 대신 주보에 끼워 배포한 간지로만은 신중한 결정이 어려움 등을 8가지 부분에 걸쳐 지적했다.

서 장로는 "후보자에 대해 잘 모르면서 '아무나 대충 이만하면 됐다'하고 무책임하게 투표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심경을 밝혔다.

일단 다음날 투표는 예정대로 진행됐지만 청빙은 결국 부결됐다. 심지어 청빙 부결 발표 뒤 당회 모임에서는 일부 장로들을 통해 선거 결과를 뒤집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회 정승환 임시당회장은 6일 사임 의사를 밝히며 "현 교회의 상황에 대한 책임 의식과 또한 신앙 양심을 위하여 사임하겠다"라는 글을 공개(이후 게시판은 교회 측에 의해 임시 폐쇄됨)했다.

그는 이 글에서 ▶일부 장로가 선거 결과를 "뒤집어야 한다"고 말한 점 ▶몇몇 당회원이 투표를 앞두고 '당회 허락'이라는 말을 사칭하고 일을 진행한 점 ▶투표를 졸속으로 밀어붙이는 상황이었던 점 등을 설명했다.

정 목사는 "묵인은 동조"라며 "불법과 비상식적인 일이 교회에 발을 들일 수 없도록 기도하길 바란다"며 글을 맺었다.

그만큼 이번 청빙 과정에 여러 문제점이 곳곳에서 불거졌음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교계 관계자들은 이번 사태가 그동안 각 교회의 청빙 절차 및 인식을 개선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남가주 지역 한 대형교회에 출석중인 김현덕(43)씨는 "사실 퀸즈한인교회 뿐 아니라 그런 식의 청빙은 한인 교회에서 늘 있어왔던 일이라서 이제는 새삼스럽지도 않다"며 "과거에 출석했던 교회에서도 갑자기 단독 후보라며 장로가 나와 2~3분 정도 짧게 설명만 한 뒤 찬반 투표를 하라는데 후보자가 제대로 파악도 안 된 상황에서 명목상 투표만 한다는 건 사실 코미디 같은 일"이라고 꼬집었다.

통상적으로 한인 교계에서 청빙 후보는 해당 교회에서 1회 정도 주일 설교를 하고 교인들의 선택을 기다린다.

유영민(39)씨는 "청빙이라는 것은 앞으로 교회의 모든 것을 책임질 목회자를 선정하는 일인데 사실 청빙위원회가 구성된다 해도 사실상 소통이 부족해 교인들은 그 절차에 대해 아무것도 알 수가 없다"며 "막판에 갑자기 설교 하나만 듣고 후보자를 파악하는 것도 어려운데다 설교를 위한 설교가 아닌, 선택받기 위해 하는 설교가 예배에 진정한 요소가 될 수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퀸즈한인교회 청빙 논란은 그동안 한인 교계에서 발생했던 청빙의 문제점이 집약된 하나의 사례로 볼 수 있다.

LA지역 한 목회자는 "청빙은 워낙 말이 많기 때문에 절차상 투명하게 공개된다 해도 찬반 의견이 불거져 문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오늘날 교계의 청빙 문화는 교회 리더십과 교인 모두가 함께 바꿔나가야 하는 것"이라며 "교인들은 대형교회 출신이라고 후보자를 맹목한다거나, 후보자를 미리 정해놓고 정치와 인맥에 의해 선정하는가 하면, 목사들은 '상향 이동'에만 몸을 움직이는데 이 모든 것들을 근절하고 정말 신앙적 양심에 따라 투명한 절차와 제도적 시스템 마련, 인식 개선 등이 다함께 이루어져야 변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부 장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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