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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윈프리 대망론' 과 2020년 표심

오프라 윈프리는 지난 7일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평생공로상에 해당하는 세실 B. 드밀 상을 받았다. 시상식 참석자들은 지난해 전 세계를 휩쓴, 성폭력에 반대하는 '미투 운동'에 검은색 드레스 물결을 헌정했고 윈프리는 열정적인 수상 소감으로 이 운동에 느낌표를 바쳤다.

"지금 이 순간, 내가 이 상을 받은 첫 번째 흑인 여성이라는 사실을 지켜보고 있는 소녀들이 있습니다. 나는 모든 소녀가 알았으면 합니다. 새날은 다가오고 있습니다…너무 오랜 시간 남성들의 힘에 대항해 진실을 말하려는 여성들의 목소리는 아무도 들으려 하지 않았고 믿으려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시간은 끝났습니다."

사람들은 윈프리의 소감에 감전됐다. 이 연설이 끝나자 '윈프리 2020'가 SNS를 덮었다.

윈프리의 능력과 지명도, 연설의 감동에도 불구하고 이를 대선과 연결하는 것은 좀 급작스러워 보였다. 그렇다고 그의 수상 소감에서 대통령 선거 출마 연설을 읽었다는 이들의 벅찬 반응은 무시할 수준이 아니었다. 도대체 사람들은 할리우드 시상식 수상 소감에서 왜 대선을 읽었을까.



이들의 심리적 기저를 가장 잘 읽은 것은 아마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일 것이다. 며칠 뒤 영화 '포스트' 홍보차 영국을 방문한 스필버그는 일간지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오프라가 출마하면 지원할 것"이라며 윈프리가 어떤 사람인지 설명했다. 그를 "공감의 대사"라고 불렀고 "다른 관념과 다른 시각 사이에 다리를 놓았다"라고도 말했다. 또 백악관에 "사려 깊고 공감 능력이 있는 사람," "사람을 이해하고 자신의 권력과 지위 강화보다 사람을 우선순위에 놓는 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윈프리는 공감·통합·소통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의 환호는 윈프리의 이런 자질 때문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공감과 통합, 소통. 이건 흔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부족하다고 여겨지는 자질이다. 사람들은 트럼프에게 없는 것을 가진 사람을 찾고 있다는 뜻이다. '윈프리 대망론'은 취임 1년밖에 안 된 트럼프에게 상처를 받고 위로가 필요한 이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지친 이들은 마음속으로 기댈 언덕을 찾고 있었고 윈프리에게서 언덕을 본 것이리라.

다만 그것이 꼭 윈프리여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2020년 대선 후보에게 공감·통합·소통의 자질을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윈프리든 아니든 상관없다. 누가 후보가 되더라도 2020년 대선 출마자는 기존의 리더 자질 외에 트럼프에게 없는 것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거지소굴 같은 국가에서 온 사람들을 왜 받고 있냐"며 아프리카 국가를 모욕한 방식의 발언을 계속하면 할수록 이런 자질은 더욱 중요하다.

윈프리는 이미 가상 여론조사 대상이다. 라바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대선주자 선호도에서 윈프리는 67%로 조 바이든 전 부통령(76%)에 밀렸지만 버니 샌더스와는 동률, 엘리자베스 워런(58%)에는 앞섰다. 며칠 뒤 나온 폴리티코·모닝컨설트 조사에서도 민주당 경선 가상 대결 결과는 비슷했다. 바이든과 샌더스에겐 밀리고 워런보다는 앞섰다. 이 조사에서 중요한 것은 트럼프와 양자 대결이었다. 윈프리는 40%, 트럼프는 38%였다. 2020년에는 트럼프에게 없는 것이 있는 후보가 결선에서 강점이 될 수 있음을 암시하는 조사다.

이외에도 윈프리 돌풍은 다음 대선에 관해 또 다른 단서를 던졌다. 지난 대선에 트럼프가 그랬듯 유권자들은 여전히 기존 정치를 벗어난 후보에 거부감이 없고, 미투 운동은 여성 운동을 넘어 대선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정치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이런 의미에서 2020년 대선은 윈프리의 수상 소감에서 이미 시작됐다.


안유회 논설위원 ahn.yoohoi@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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