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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암 일으키는 지방간, 비만 아동 10명 중 6명 걸렸어요

증가하는 소아·청소년 지방간

여섯 살 난 아이의 간(肝)은 이미 딱딱해져 있었다. 조직 검사를 하니 간경변 전 단계인 간 섬유화 3기였다. 아이는 유전 질환이 없었고 호르몬 분비도 정상이었다. 의료진은 간의 70%를 차지하는 ‘지방’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지방세포가 간에 염증 반응을 일으켰고, 반복되는 손상으로 점점 굳은 것이다. 이 아이를 진료한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양혜란 교수는 “아이가 자주 먹던 기름진 음식과 고기가 간에는 술만큼 위험한 ‘독’이었다”며 “이제 비만한 10대에 지방간이 관찰되는 일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지방간은 간의 5% 이상이 지방일 때 진단한다. 크게 알코올성 지방간과 비알코올성 지방간으로 나뉜다. 알코올성 지방간은 잦은 음주로 인해 간의 지방 분해 능력이 줄어 생긴다. 반면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술을 마시지 않아도 체내 지방이 많을 때 발생한다. 고대안암병원 소화기내과 서연석 교수는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가 꾸준히 늘어 이제 알코올성 지방간 환자의 네 배 정도”라며 “지방이 찰수록 간의 크기가 커지면서 피로감·식욕부진 등의 증상이 생기지만 너무 흔해 방치하는 환자가 많다”고 말했다.

지난해 10대 환자 1만 명 넘어

하지만 지방간을 단순히 ‘뚱뚱한 간’으로 여겨선 안 된다. 지방간은 수십 년에 걸쳐 간염·간경변·간암으로 악화한다. 전문가들이 10대 지방간 환자 증가를 우려하는 이유다. 10대 지방간 환자는 꾸준히 늘어 지난해 처음으로 1만 명을 넘었다. 10대부터 지방간이 있으면 이른 나이에 간경변·간암 등 간 질환을 앓을 확률이 높다. 식생활 습관, 만성질환 등 개인에 따라 이 시기는 얼마든 단축될 수 있다. 한국에서는 만 8세인 여자 아이가 지방간으로 인한 간경변 확진 판정을 받기도 했다.



10대 비알코올성 지방간의 가장 큰 원인은 비만이다. 초·중·고등학생의 비만율이 높아지면서 10대 지방간 환자도 덩달아 증가했다. 섭취한 에너지(칼로리)보다 소모한 양이 적으면 남은 칼로리가 지방으로 변해 간에 쌓인다. 비만이 일으키는 고지혈증·당뇨병도 지방간 위험을 높인다.

양혜란 교수는 비만클리닉을 찾은 소아·청소년 181명을 대상으로 간 초음파 등 지방간 검사를 해 최근 대한소아과학회에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비만 아이 10명 중 6명(115명·63%)에게 다른 원인 질환 없이 지방간이 관찰됐다. 특히 양 교수는 설문조사 등으로 비만한 아이에 대해 지방간의 위험을 높이는 요인을 분석했다. 그 결과 10세 미만은 남자이면서 복부비만·체지방률이 높을수록 지방간 위험이 컸다. 반면 10세 이상은 복부비만·체질량지수(BMI)가 높고 수면 시간이 짧으며 TV·게임 시간이 길수록 지방간이 잘 생겼다. 양 교수는 “어릴수록 식습관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는 의미”라며

“5세 전후로 지방세포 수가 반등하는 시기(아디포시티 리바운드)가 있는데, 어릴 때부터 달고 자극적인 음식을 탐닉하면 나중에 비만이 더 빨리, 심하게 오고 지방간 위험도 훨씬 커진다”고 경고했다.

복부 비만에 코 골면 의심해야

다른 질환처럼 지방간도 조기에 발견해야 치료가 쉽다. 오른쪽 갈비뼈 아래쪽이 아프거나, 피로감이 심하면 의심해야 한다. 복부 비만이 있고 잘 때 코를 고는 ‘폐쇄성 무호흡증’이 있는 아이는 간 초음파나 자기공명영상촬영(MRI)을 받아보는 게 좋다.

지방간을 해소하려면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동시에 관리해야 한다. 단순히 음식을 적게 먹는 것은 성장 발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피해야 한다. 양 교수는 “칼로리보다 음식 종류를 따지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예컨대 칼로리가 같다면 라면보다 영양소가 풍부한 비빔밥을 선택하는 식이다. 탄산음료·과자의 단맛을 내는 액상 과당은 과식을 유발하기 때문에 가급적 멀리하는 게 바람직하다.

빠르게 걷기, 자전거 타기 등 유산소운동도 좋다. 서연석 교수는 “체지방, 특히 내장 지방을 줄이려면 1시간 이상 운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되도록 실내보다 야외에서 하는 게 좋다. 햇빛을 받을 때 피부에서 합성되는 비타민D는 비만으로 인한 지방간 등 합병증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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