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내 온갖 성폭력…한인 여성이 ‘알리고 막는다‘

타미 조·그레이스 최씨
'betterbrave.com' 개설
한달 만에 200명 몰려
[LA중앙일보] 08.11.17 19:14
타미 조(왼쪽)·그레이스 최씨.
'마초 문화'가 팽배한 곳에서 한인 여성들이 반기를 들었다.

최근 들어 첨단 기술 사업의 집합체인 실리콘밸리에서 크고 작은 성폭력 피해 사례가 잇따라 폭로돼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한인 여성들이 의기투합해 성폭력 피해 예방을 위한 웹사이트(www.betterbrave.com)를 개설했다. 허핑턴포스트, 머큐리뉴스 등은 이 소식을 잇달아 보도할 정도로 주류사회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웹사이트다.

타미 조(22)씨와 그레이스 최(25)씨는 현재 실리콘밸리 지역 유명 소프트웨어 기업 멜트워터(meltwater)에서 제품 매니저 및 디자이너 등으로 활동하다 지난달 '베터브레이브'를 개설했다.

이 웹사이트는 실리콘밸리 내에서 만연한 성폭력 실태, 피해자들의 경험담 공유, 대응 방법, 변호사 연결 등의 각종 정보를 한꺼번에 나눌 수 있는 최초의 인터넷 플랫폼이다.

현재 웹사이트 개설 한달 만에 200여 명 이상의 피해 사례가 보고될 만큼 실리콘밸리 내 성폭력 실태를 들춰내고 있다.

타미 조씨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우버(uber)에서 엔지니어로 일했던 수잔 파울러가 당한 성희롱 이야기를 듣고 동료인 그레이스와 대화를 나누다 안타까운 현실에 대해 분개했다"며 "실리콘밸리에는 그런 실상을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이나 제도, 해결책 등이 미비해서 우리가 직접 나서기로 마음 먹었다"고 말했다.

현재 베터브레이브는 가주 고용법 전문 데빈 코일 변호사와 협업하고 있으며 성폭력과 관련, 각종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경험담을 나누면서 성폭력 대응에 대한 계몽운동까지 병행하고 있다.

실제 실리콘밸리 내 성폭력 실태는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이는 한인 1.5세 및 2세들이 스타트업 회사 등을 통해 실리콘밸리 진출이 활발해지는 상황에서 성폭력 피해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 있다.

엘리펀트인더밸리 측이 실리콘밸리 내 여성(근무 경력 10년 이상) 21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10명 중 9명(90%)은 "성차별적 행동을 목격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또, "성희롱을 실제 당한 적이 있다"(60%) "성희롱 가해자가 상사였다"(65%) 등의 응답은 심각한 현실을 반영한다.

이는 실리콘밸리에 남성 우월주의 문화가 만연해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커리어정보업체 페이스케일에 따르면 실리콘밸리 내 CEO의 여성 비중은 21%로 타지역(36%)보다 적다. 또 실리콘밸리 벤처투자회사 파트너 가운데 여성은 7%에 불과하다.

실리콘밸리 한 스타트업 회사에 근무하는 소피아 최(24)씨는 "이곳은 첨단 산업에 뛰어든 신생 회사가 많다 보니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성희롱 사건이 발생해도 이를 절차에 따라 해결할 수 있는 프로토콜이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게다가 주로 남성이 많다 보니 상대적으로 여성들이 성희롱 피해자가 되기 쉬운 환경이고 실제 그런 사례가 자주 발생한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유명 스타트업 기업 '베터웍스(BetterWorks)'의 크리스 더건 CEO가 한인 여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소송을 당해 퇴진했다. 이 밖에도 데이브 맥클루어(500 스타트업), 저스틴 콜드벡(바이너리캐피털), 트래비스 캘러닉(우버) 등 실리콘밸리 유명 경영자들도 성희롱 논란으로 사퇴를 한 바 있다.

고용법 전문 김해원 변호사는 "요즘 실리콘 밸리에서 계속 성희롱 이슈가 논란인데 진출을 원하는 한인 스타트업 회사들은 성희롱 문제에 늘 주의해야 한다"며 "특히 한인 부모들은 자녀가 실리콘밸리로 진출할 경우 행여 피해를 보지 않도록 '베터브레이브' 등을 소개해주는 것도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장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