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사살 경관 무죄에 시위 확산

미네소타서 18명 체포
[뉴시스] 06.17.17 16:48
교통 단속 도중 비무장 흑인을 총으로 쏴 숨지게 한 경찰관에게 법원의 무죄 평결이 내려지면서 흑인권익단체 등을 중심으로 시위가 확산하고 있다.

17일 주류 언론에 따르면 전날 미네소타 주 세인트폴의 한 배심원단이 흑인 운전자 필랜도 캐스틸(사망 당시 32세)을 총격 사살한 제로니모 야네즈(29) 경관의 2급 살인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자, 수천 명의 시민이 세인트폴 시의사당과 94번 주간(州間) 도로 등에서 항의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해산 명령에 불응한 시위 참가자 18명을 체포했다.

시위대는 '정의는 필랜도를 위해 봉사하지 않는다',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행진했다.

밤늦게까지 500여 명이 94번 주간 도로 양방향을 막아 일대 교통이 마비됐다.

시위 주최 측은 페이스북에 "이번 평결은 사법 시스템이 경찰 테러에 의한 희생자의 정의에 반하게 조작됐음을 입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12명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은 27시간의 장고 끝에 야네즈 경관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시위 주최 측은 "흑인은 2명뿐이고 백인 중년이 절반 이상을 점한 배심원단 구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NAACP 리걸디펜스펀드의 셔릴린 이필은 "정부나 경찰 당국이 당신의 생명을 앗아가고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면 당신은 결국 2등 시민"이라고 말했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은 "한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는 것은 경찰이 취할 수 있는 극단의 행위"라며 "새로운 기준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이 사건은 지난해 7월 미네소타 주 세인트폴 교외에서 학교 급식 담당관으로 일하던 캐스틸이 약혼녀 다이먼드 레이놀즈와 함께 차를 타고 가다 미등이 꺼졌다는 이유로 교통 검문에 걸리면서 촉발됐다.

캐스틸은 야네즈 경관의 검문 요구에 따르며 자동차 보험카드를 먼저 건넨 뒤 총기 소지 사실과 총기 면허가 있다는 점을 밝혔다.

히스패닉계인 야네즈 경관은 '총을 꺼내지 말라'고 명령했고 캐스틸은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반복해서 답했으나, 긴장한 야네즈가 계속 '총에 손대지 말라'고 소리치다가 자신의 총을 꺼내 7차례나 발사해 캐스틸을 사살했다.

이 사건은 레이놀즈가 페이스북으로 현장을 생중계하면서 미 전역에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이 사건 수사를 한인 검사인 존 최(46·한국명 최정훈) 램지카운티 검사장이 지휘해 관심을 끌기도 했다.

앞서 미국에서는 비무장 흑인을 사살한 경관에 대해 엇갈린 판결이 잇달아 나왔다.

2015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에서 교통 단속 도중 달아나는 비무장 흑인을 등 뒤에서 총격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전직 백인 경찰관 마이클 슬레이저(35)는 지난달 연방법정에서 유죄를 인정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루이지애나 주 배턴 루지에서 흑인 남성 앨턴 스털링(37)을 총으로 쏴 숨지게 한 백인경관 2명에 대해서는 연방 법무부가 최근 명백한 증거가 없다며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