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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몇 월 며칠이에요?

조 현 용 / 경희대학교 교수·한국어교육 전공

오늘은 몇 월 며칠이에요? 이런 질문을 받으면 고개가 갸우뚱거려집니다. 왜 몇 월은 몇과 월을 띄어 쓰는데, 며칠은 붙여서 하나로 썼을까 하는 의문이 생기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맞춤법은 며칠이 맞을까요, 아니면 몇 일이 맞을까? 아무리 논리적으로 해석을 해 보려 해도 몇 일이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을 겁니다. 하지만 위에서 계속 보셨다시피 며칠이 맞습니다. 왜일까요?

일단 선생님들께 여쭤보면 발음으로 설명을 합니다. 즉, 몇 월은 [며둴]이라고 소리가 나기 때문에 형태를 밝혀서 띄어 쓰고, 며칠은 [며칠]이라고 소리가 나기 때문에 붙여 쓴다고 이야기합니다. 그것은 마치 옷 안을 원래 형태대로 띄어 쓰는 것과 같은 이유라는 설명도 덧붙입니다. 이 정도면 설명은 완벽하게 끝난 것처럼 보입니다. 대부분의 경우에 더 이상 질문도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실 남아있는 궁금증은 있습니다. 왜 몇 월은 중간에 잠깐의 쉼을 두어서 [며뒬]이라고 발음을 하는데 며칠은 그렇지 않느냐는 의문입니다. 대부분은 두 단어 사이에는 옷 안[오단]과 같이 잠깐의 쉼이 있습니다. 그래야 받침의 소리가 바뀝니다. 만약 쉼이 없다면 [오산]처럼 소리가 나게 됩니다. 따라서 며칠을 [며칠]이라고 발음한다는 것은 매우 드문 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주 특이한 이런 현상은 '맛있다, 멋있다'와 같은 예에만 나타납니다. [마시따], [머시따]와 같이 소리 나는 것입니다. '맛없다[마덥따], 멋없다[머덥따]'의 발음과 비교해 봐도 얼마나 특이한 현상인지 알 수 있을 겁니다. 물론 맛있다와 멋있다의 경우는 '맛이 있다'와 '멋이 있다'가 줄어든 현상이라는 입장도 있습니다.



그럼 왜 며칠은 몇과 일이 합쳐져서 발음이 나는 것일까요? 여기에서 우리는 중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일이 '날 일(日)'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월은 '달 월(月)'이 분명한데, 일은 아닐 수 있다니 이해가 안 될 겁니다. 그런데 며칠이 옛말에서는 며츨로 나타난다는 점이 의심의 시작입니다. 원래를 츨인데 칠로 바뀐 것이라는 설명이 가능합니다. 즉, 일(日)과는 전혀 상관없는 말이었을 수 있는 거죠. 일을 을이라고 한 흔적은 발견할 수 없습니다. 한편 츨이 칠로 바뀌는 것은 자주 있는 음운 현상입니다. 옛날에는 입안의 침도 '츰'이었습니다. 칡도 'ㅊ+ㅡ+ㄺ'이라고 했습니다.

며츨은 '몇을'이나 '몃흘' 등으로 형태를 추론해 볼 수 있습니다. 앞의 몇이라는 말은 분명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럼 뒤의 '을, 흘' 등은 날짜를 나타내는 말과 관련이 있을까요? 있다면 어떤 관련이 있을까요? 그때 떠오르는 단어들이 몇 개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날짜를 나타내는 순우리말이지요. 순우리말에는 이런 흔적인 남아있습니다. 바로 이틀(이+ㄷ+흘), 사흘, 나흘, 열흘이 그 예입니다. 분명하게 '흘'이 남아있습니다. 순우리말에는 날짜를 나타내는 말에 '흘'과 '새' 등이 붙어 있습니다.

따라서 며칠은 며츨이 바뀐 말이고, 며츨은 원래 몃흘에서 온 말이라는 추측이 가능합니다. 그런 이유로 몇 일이라고 쓰지 않고, 며칠이라고 쓰는 것입니다. 몇 월과는 구성이 완전히 다른 어휘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논의에 대해서 아직 학자들 간의 명확한 일치가 없습니다. 따라서 한글 맞춤법 제27항 붙임 2에서는 '어원이 분명하지 아니한 것은 원형을 밝히어 적지 아니한다'고 하고 있는데 여기에 해당하는 예로 '며칠'을 들고 있는 것입니다. 현재까지의 정확한 설명은 어원이 불분명하여 며칠이라고 쓴다는 것입니다. 이 말은 며칠이 날 일(日)과 상관없을 수 있다는 의미라는 점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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