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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에세이] 전국민에게 돈을 나눠주는 시대(?)

최운화/유니티 은행장

자본주의 경제의 기본은 수요와 공급이 시장에서 균형을 이룬다는 데 있다. 물건을 만들면 살 사람이 있어야 공급과 수요가 맞아 경제가 돌아간다.

자본주의는 이 공급과 수요를 누가 강제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시장이 스스로 알아서 균형점을 찾는다는 원리다.

생산은 기업이 한다. 생산을 하려면 공장과 장비 그리고 사람의 노동력이 필요하다. 노동력은 생산과정에서 임금을 받는다. 이 임금으로 생산된 재화를 사게 된다. 생산은 노동을 필요로 하고, 노동은 임금을 가져가, 임금으로 생산된 재화를 사는 순환이 이루어져야 생산과 소비가 균형을 찾게 된다. 쉽게 말하면 노동이 없는 생산만 있다면 소비는 없다는 말이다.

로봇과 인공지능 같은 혁명적 기술의 발전은 시장경제의 균형에 심각한 도전을 던지고 있다. 노동을 기계로 대체하면서 생산과정에서 노동이 가져오는 소득이 없어지게 되면 생산은 있고 소비는 없는 불균형 상태의 경제마비가 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기술의 발전은 처음에는 단순처리만 기계화하더니, 지금은 점점 복잡한 기술을 로봇이 해내고 있다. 게다가 인공지능의 학습능력이 올라가면서 인간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지식, 탐구, 창조의 영역까지도 침범당하기 시작했다. 좀 더 진보적인 인공지능 관계자들은 침범이 아니라 아예 인간보다 더 뛰어난 인식과 지적 능력으로 인공지능이 인간세계를 지배할 것이라고 예견까지 한다.

로봇과 인공지능의 능력이 발전하면 농사도 로봇이 짓고, 집도 로봇이 건설하고, 필요한 물품도 로봇이 만들고, 민간이나 정부의 서비스도 인간 없이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인간 노동이 필요 없어지고 그에 따른 소득도 감소하거나 아예 없어질 수 있다.

금융위기 이후 경제가 좋아졌다고 해도 많은 임금 근로자들의 삶이 더 나빠졌다는 인식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생산성 저하로 임금이 올라가지 않는 전통적 이유도 있지만 많은 기업들의 자동화와 기계화에도 원인이 있다. 고수입의 노동력이 기계로 바뀌면서 많은 노동자들이 저소득의 단순 서비스 분야로 진출해 전체적으로 소득이 낮아지는데 삶이 수준이 떨어지는 이유도 있다는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자동화와 기계화의 열풍이 이제 시작단계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예상대로 본격화한다면 생산은 있고 수요는 없는 극한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공산주의 체제 같으면 정부가 생산수단을 다 통제하기 때문에, 이렇게 만들어진 재화를 국민에게 무상으로 나눠주면 된다. 그러나 자유로운 교환을 기본으로 하는 시장경제에서는 이런 방법은 생각할 수가 없다.

과거 미래형 경제학자들이 언급하고 최근 몇 개 국가에서 제기하는 전국민 일정소득 무차별 지급 같은 제안이 나오는 것은 이 불균형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시도다. 정부는 세금을 생산자에게서 거둬들여 전국민에게, 일을 하지도 않고 또 할 수도 없는 국민에게 일정금액을 정기적으로 나눠줘 소비하게 하자는 것이다.

매우 이상하고 언뜻보면 사회주의적 접근이기도 해 선뜻 받아들이기 힘들다. 그러나 아직까지 시장경제의 원칙을 유지하면서 자동화, 인공지능화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생산과 소비를 해결할 더 나은 대책도 없는 상태다. 로봇과 인공지능의 기술적 혁명은 경제구조에서도 큰 숙제를 안겨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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