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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증상 발견 순간부터 가족도 함께 상담 받아야"

죽음·패륜 몰리는 '치매 가족'
최근 잇따라 '살해-자살' 발생

치매 때문에 가족까지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다.

최근 한인사회와 주류사회에서 치매와 관련된 '살해-자살'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치매 환자 가족의 고통과 비극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특히 한인사회는 치매 관련 시설이나 상담 기관이 거의 전무한 실정이어서 커뮤니티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일 라스베이거스 한 재활치료센터에서는 한인 노부부가 총상을 입고 숨졌다. 남편 존 김(79)씨가 치매를 앓고 있던 아내 도나 김(83)씨를 돌보다 살해하고 자살했다. 27일에는 LA인근 베니스에서 역시 80대 노부부가 살해-자살로 숨졌다. 83세 남편이 85세 아내를 살해하고 자신도 목숨을 끊은 사건인데 현장에서 발견된 유서에는 아내의 치매 때문에 힘들고 아내를 양로병원에 보내기는 싫다고 적혀 있었다. 작년 말에는 가든그로브 한 노인아파트에서 치매를 앓고 있는 장모를 돌보던 한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치매와 관련된 유사한 비극은 끊이지 않고 있다.



2년 전 경북 청송에서는 치매 아내를 4년간 간병하던 80대 남편이 아내를 태운 승용차를 몰아 저수지로 뛰어들었다. 남편은 자식들에게 남긴 유서에서 "너무 힘들다"고 적었다.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치매 환자도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2015년 현재 미국에서는 540만 명이, 세계적으로 4400만명이 치매를 앓고 있다. 치매는 노인 사망원인 가운데 6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2014년 조사에서 65세 이상 치매 노인 수는 61만 명, 인구 10명 중 1명 꼴이다. 하지만 치매 가능성이 있는 '치매 고위험군'은 4명 가운데 1명이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치매 환자가 늘어나면서 수발 가족의 정신적·신체적·경제적 부담도 함께 늘고 있다. 특히 배우자나 자녀처럼 직접 치매 환자를 수발해야 하는 경우, 이들은 다른 가족보다 건강문제를 더 많이 호소하고 약물이나 의료서비스도 더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진명 한국치매가족협회 이사는 "치매 가족은 경제적 부담도 상당하지만 환자에게 한순간도 눈을 떼지 못할 정도로 항상 신경을 써야 하는 어려움과 아무리 최선을 다해 보살펴도 자신을 알아보지도 못하는 데 따른 좌절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한인가정상담소 로렌 권 카운슬러는 "치매 환자 가족과 관련한 상담은 그리 많지 않다"면서 "그 이유는 이들이 힘들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을 돌볼 여력이 없기 때문이지 않나 싶다"고 분석했다. 권 카운슬러는 "가족 가운데 치매 환자가 생기면 일단 배우자나 자녀는 치매는 고칠 수 없는 병이라는 사실부터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나의 개인적인 행복추구권과 전통적인 효사상이나 윤리의식 사이에서 고민하기 보다는 균형을 맞출 수 있는 방향으로 선택하는 것이 환자 본인이나 가족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정신과 전문의 조만철 박사는 "많은 가족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그 어떤 고통보다 치매 환자 돌보는 일이 가장 고통스럽다'고 말한다"면서 "치매 증상을 발견하는 순간부터 환자는 물론 가족도 함께 상담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 박사는 "치매 환자는 절대로 개인이나 가족의 힘만으로 보살필 수 없다"고 잘라 말하고 "가족과 전문 시설, 정부가 결합된 시스템에 맡기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인사회에서는 치매 환자나 그 가족이 이용할 시설이 태부족이라고 지적하고 한인 커뮤니티에서 더 많은 관심을 갖고 관련 정부기관에도 한인 담당자 채용을 적극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병일 기자 kim.byongi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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