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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풍륜족…"자동차에 갇혀 살 수는 없다"

'대도시를 온몸으로 느끼자'
2012년 첫번째 합법 레이스
TV보며 늘어져 있기보다는
늑대무리처럼 '에너지 발산'

지난해 레이스 8000명 운집

자전거 여행을 좋아하는 소설가 김훈의 자전거 이름은 '풍륜'(風輪). 바람의 바퀴. LA에는 '한밤의 풍륜'족들이 있다. 늑대무리라는 뜻의 울프팩(wolfpack). LA에서 미드나이트 레이스(Midnight Race)를 개최하는 단체다. 해가 지고 난 후 한가한 거리를 달리는 것이 좋아서 단체를 만들었고 이제 10주년을 맞이했다.

지난 5월 7일 저녁 8시. 주말의 롱비치 거리에는 여느 때와 다른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자동차 레이스를 시작하기 직전 같은 느낌이었다. 40명의 선수들이 출발선에 섰다.

이들은 10월에 있을 이벤트 출전자격이 주어지는 16등 내에 들기 위한 경쟁을 시작할 참이었다. 8000여 명의 관객은 열광했다. 시작소리와 함께 그들은 자전거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자동차 문화에 대한 반란= 2007년 울프팩이 창립될 때만 해도 밤거리에서 대규모로 자전거를 타는 것은 불법이었다. 하지만 불법임에도 포기할 수 없는 미드나이트 레이스의 짜릿한 맛은 많은 사람들이 모이게 만들었다.

참가자 중 한 명인 데빈 펠드맨은 "밤에 자전거를 타다 보면 내가 LA라는 도시와 소통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자전거로 달리는 동안은 한밤의 거리를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다"면서 미드나이트 레이스의 매력에 대해서 설명했다.

울프팩의 창립자인 돈 와드는 미드나이트 레이스가 자동차 문화에 대한 반란이라고 말한다. 와드는 "우리 모두는 자동차에 갇혀 있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의 차 안에서 세상을 본다. 조금 더 커서는 스스로 차를 운전한다. 그렇게 도시와 만날 기회도 없이 자동차 안에서만 시간을 보내게 된다"면서 LA가 자동차 중심의 도시라고 설명했다.

울프팩은 이러한 문화에 반기를 들고 보행자와 자전거에게 조금 더 친절한 도시를 만들자는 취지로 레이스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공권력과의 '밀당'= 처음은 미약했다. 첫 레이스에는 200명이 모였다. 하지만 시간이 가고 레이스를 꾸준히 개최하면서 사람들은 점점 더 몰려들었다. 와드는 "2011년 1000명이 넘는 사람이 몰리면서 더 이상 불법 레이스는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2012년 결국 첫번째 '합법 레이스'를 개최했다. LA시의 허가를 받는데 2달 정도가 걸렸지만 3000여 명이 모인 장관이 펼쳐졌다.

레이스가 커지면서 공권력과의 충돌도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2014년 LA 마라톤 크래쉬였다. 울프팩은 전통적으로 LA 마라톤이 열리는 당일 새벽 교통이 통제된 거리를 달리는 이벤트 '마라톤 크래쉬'를 열었다. 하지만 LA시는 일방적으로 이벤트 허가를 취소했다. 울프팩은 이러한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2014년 3월 9일 오전 4시에 500여 명이 운집했고 경찰들과의 긴장을 유지한채 레이스를 했다. 이후 LA시와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냈지만 시정부나 경찰과의 '밀고 당기기'는 계속되고 있다.

▶밤의 에너지=우여곡절이 있음에도 미드나이트 레이스를 즐기는 사람은 늘어만 가고 있다. 지난 5월에 있던 레이스에는 관객까지 합해 무려 8000여 명의 사람이 참석했다.

도대체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미드나이트 레이스를 즐기는 것일까?

참가자 중 한 명인 데이비드 곤잘레스는 밤에 자전거를 타는 이유에 대해서 "참가자 대부분이 낮에는 성실하게 일을 한다. 우리는 밤에 집에 앉아서 TV나 보기보다는 레이스를 하면서 에너지를 얻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일 뿐"이라고 말했다.

와드는 "미드나이트 레이스에는 특별한 것이 있다. 밤에 사람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면 느껴지는 마법과도 같은 공기가 사람을 끌어당긴다"고 말했다.

그는 10월 리버사이드에서 레이스를 개최할 계획이며 내년에는 포틀랜드, 오스틴, 디트로이트 등으로 무대를 넓혀서 미드나이트 레이스의 문화를 전파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울프팩의 웹사이트(wolfpackhustle.com)에서 찾아볼 수 있다.

자동차가 지배하는 낮이 끝나고 해가 저물면 자전거가 도로를 지배한다. 한밤의 숲을 달리는 늑대무리처럼 그들은 도시를 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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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첫 레이스는 서울"…창립자 돈 와드

돈 와드가 인터뷰를 하러 마주 앉자마자 건낸 말은 "이수만을 아느냐"였다. 그는 자신이 H.O.T.의 두번째 앨범을 디자인했다고 하며 한국과의 인연을 강조했다. 1997년 당시 LA에서 '잘 나가는' 그래피티 아티스트였던 돈 와드는 친구의 연락을 받았다. 한국 보이밴드의 앨범자켓을 디자인해줄 수 있냐는 부탁이었다.

그렇게 그는 LA에서 H.O.T.를 만났고 앨범전체를 그래피티 스타일로 디자인했다. 결과물에 크게 만족한 이수만 SM 회장의 초청으로 한국으로 날아갔다. 와드는 스튜디오에 걸릴 벽화를 그리고 H.O.T.와 함께 TV에도 출연한 과거를 즐겁게 얘기했다. 그는 "언젠가 울프팩이 미국 밖에서 레이스를 개최하게 되면 가장 먼저 서울을 가고 싶다"고 말했다.


조원희 기자 cho.wonhee@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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