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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만 건강해지면 아직 전도할 수 있습니다"

교회는 사회 속에서 존재해
사회 속 교회 역할 고민해야
교회에선 열심히 성경 배우고
열매는 삶과 사회에서 나눠야

“목사님, 약간 살이 빠지신 것 같아요”.

이민목회보다 한국목회가 더 힘들었을까. 림형천 목사는 “다른 이유보다는 아무래도 건강 때문에 틈틈이 운동을 좀 하고 있습니다”라며 웃는다. 림 목사가 본지와 다시 인터뷰를 하는 건 3년 만이다. 그는 LA지역 최대 한인교회인 나성영락교회에서 시무하다 지난 2012년 한국 잠실교회로 갔다. 그동안 가족과 시간을 보내려고 종종 미국을 방문했지만 언론과 만난 건 한국행 이후 처음이다. 지난 5일 LA를 찾은 림형천 목사를 만났다. 이민사회와 한국사회를 모두 경험한 그는 할말이 많았던 같았다. 인터뷰는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인터뷰 전 가볍게 건강 상태를 묻다가 나이 이야기로 넘어갔다. 그는 올해로 환갑을 맞았다. 림 목사는 “기념으로 지난 6월 신학교 동기들과 여행을 갔다”고 했다. 그는 종교개혁의 발자취와 역사를 따라 유럽을 둘러봤다. 인터뷰는 여행의 소회를 나누며 시작됐다. 그는 “체코에서 ‘얀 후스’ 동상이 인상 깊었다”고 했다.)



-여행에서 무엇을 얻었나.

“생각을 참 많이 했다. 특히 얀 후스 동상 앞에서 오늘날 교회가 떠올랐다. 거기서 당시 개혁교회의 작은 강대상과 소박한 교회를 보며 우리 개신교의 종교 개혁 정신이 반드시 회복돼야 함을 절실히 느꼈다. 교회가 상실한 게 너무 많다. 이제는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얀 후스는 종교 개혁의 발판을 놓았던 인물이다. 성경을 유일한 권위로 인정하며 당시 세속화된 교회와 성직자들을 비판했다가 화형 당했다. 그로부터 100년 후 마틴 루터의 종교개혁이 일어났다.)

-한국에 나가보니 어떤가.

“일단 이슈가 많다. 역동적이고 변화무쌍하다. 각종 문제들이 매우 복합적이다. 그런 사회 속에 교회가 존재하는데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이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많은 목회자가 ‘이게 아닌데…’라고 느끼고 있다. 외적 성장에 치중하느라 교회로서 정체성을 잃고 약해졌다.”

-정체성은 무엇인가.

“교회의 본질이다. 성경적 가치관에 충실하지 못했다. 결국, 성경은 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 아닌가. 그것을 바탕으로 그리스도의 향기를 내며 복음을 전해야 한다. 빛과 소금으로서 세상과 함께 아파하고 그들에게 위로자가 돼야 하는데…그런 면에서 지금이 굉장히 중요한 시기다.”

-사회속에 교회의 역할은.

“교회는 크게 두 가지 부분에서 역할이 있다. 복음을 전해 영혼을 구원하는 개인의 차원과, 사회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해야 하는 넓은 의미가 있다. 교회는 그 두 가지 부분의 주체로서 역할을 해줘야 한다. 그런데 한국 사회가 어렵다 보니 교회도 그 역할을 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림 목사는 한국사회와 한국 개신교의 내면을 보여주는 한 사례로 '세월호'를 꺼냈다. 그가 시무하는 잠실교회는 세월호 사태 때 부활절 헌금 전액을 세월호 희생자에게 기부했었다.)

-세월호 사태 때 본 것은.

“마음이 너무 아팠다. 문제가 드러났으면 함께 힘을 모아 바꿔야 하는데 그 이슈를 통해 극단의 주장을 한다든지, 사회가 너무 정치적으로 갈렸다. 사회가 나뉘니까 교회마저 마치 어느 편에 서야할 것만 같았다. 그럴 때 교회는 오히려 화해와 중재의 역할을 해야 하는데…”

-그런 발언도 오해를 받지 않나.

“핑계가 아니라 솔직히 교회가 뭘 해본다는 게 쉽지 않더라. 한동안 노란 리본을 달고 예배를 드린 적이 있다. 그랬더니 일부에선 ‘왜 리본을 다느냐’고 불만을 제기했다. 한국 사회의 갈등은 참 어려운 문제다. 하지만, 예수는 보수도, 진보도 아니지 않나. 예수는 그런 틀 안에서 파당을 짓지 않았다.”

(림 목사는 “이런 말을 하면 한국 사회를 폄하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절대 그런 오해는 말아달라. 미국에 있다가 한국으로 나가서 ‘제3자’의 관점으로 본거라 생각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기독교 정신의 실천을 강조하며 “교회는 성경을 열심히 가르치고, 교인들은 그걸 삶이나 사회에서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미주에 있을 때도 지역을 위한 사역을 많이 했는데.

“교회사를 돌아보면 원래 한국 교회는 아주 작을 때부터 사회에 유익을 끼치는 종교였다. 그게 신용이 되어 오늘날 엄청난 성장을 하지 않았나. 그걸 잊어선 안 된다. 요즘 사회가 교회를 비판할 때 자꾸 방어만 할 게 아니라 왜 이리 됐는지 돌아봐야 한다. 종교개혁 정신을 되살려야 한다.”

-그런데 그 ‘개혁’을 오해하는 분이 많다. (웃음)

“맞다. 종교개혁은 원래 성경으로 돌아가자는 운동이었다. 그런데 사회적인 보수, 진보의 개념이 그대로 전이가 돼서 개혁 또는 갱신을 말하면 파괴적 또는 아주 부정적인 의미로 이해한다. 하지만, 우리 개신교가 원래 ‘리폼드(reformed)’ 아닌가. 날마다 성경으로 개혁되어야 하는 건데 그걸 잘못 이해한다.”

-왜 그렇게 됐을까.

“키가 큰다고 옷만 바꿔 입으면 뭐하나. 생각도 바뀌어야 하는데 그게 안됐다. 달리 말하면 ‘성숙’이다. 성경의 본질을 따라 날마다 성숙을 추구하는 게 개혁이다. 그리고 성숙의 동기는 하나님을 더욱 사랑하고 그와 같이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다. 성장은 선교적 역량이기도 하다. 그런데 덩치만 커지고 그런 역량은 안 커졌다. 오히려 작아졌다.”

-희망도 듣고 싶다.

“한 예로 한국은 어딜 가나 아파트다. 미국에 비해 교회가 동네 중심적 성향이 강하다. 그래서 나름 모임도 잘 된다. 교인들을 보면 아직 열심도 있고 신앙생활을 잘 해보려는 의지와 욕구도 있다. 내가 느낀 건 한마디로 ‘우리만 건강해지면 아직 전도할 수 있구나’라는 희망을 봤다. 교회만 온전히 서면 된다.”

-이민목회와 한국목회의 차이점은.

“(웃음) 사실 큰 차이는 없다. 다만, 사회 구조가 너무 다르고 한국은 교인들이 좀 더 현실적인 문제에 시달린다. 교회와 교인이 놓여있는 환경이 다르다. 이민사회에서 교회는 크지만 사회에서는 다소 제한적이지 않나. 하지만, 한국은 교회도 크고 사회도 크다. 그래서 더 사회 속에 교회의 역할을 고민하고 있다.”

-한인 교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교회 지도자들과 오래 믿은 신자들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책임 때문이다. 그들은 한국 기독교의 과거를 알지 않나. 우리는 가난했어도 그 안에서 헌신하며 교회를 지켰다. 또, 우리는 설교나 예배로 은혜 받을 수 있지만, 세상은 우리 모습에서 하나님을 본다. 먼저, 믿은 사람이 본질에 충실하자. 그럼 분명 희망이 될 수 있다.”

(3년 전 갑작스러웠던 사임 배경을 물었다. 림 목사는 미소를 지었다. 그는 4대째 목회자 집안이다. 림 목사는 “그래서인지 한국교회에 대한 부담이 늘 있었다. 목회지를 옮길 때 그 부분이 많이 작용했다. 한국교회에 일조할 시간이 많이 없다. 이제 정년이 10년 남았다”고 했다.)

-목회를 하며 유혹은 없었나.

“왜 없었겠나. (웃음) 자칫하면 목사에게 교인은 ‘내 성공’의 땔감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성공의 척도와 기준을 항상 바르게 생각하려 했다. 나는 내가 큰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 안 한다. 하나님이 나를 목회자로 불렀으니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최선을 다해 매일 성실하게 감당하고 싶을 뿐이다.”

-오늘날 교계에 필요한 건.

“나는 대형교회가 절대 ‘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건강한 중소형 교회가 많아져야 한다. 교회 일이라는 게 사실 그렇게 어렵고 복잡한 게 아니다. 교회는 단순히 일(사역)을 하는 공동체가 아니라 말씀을 잘 배우고 은혜 받고 영적 성숙에 힘쓰는 곳이다. 그리고 그 열매를 이웃과 사회에 부지런히 나누는 곳이다. 그런 교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사역은 지역사회와 함께”
김장부터 독거노인 관리까지


인터뷰 내내 ‘교회와 사회’라는 말이 가장 많이 나왔다. 그래서인지 림 목사와 잠실교회는 지역사회와 연계하는 다양한 사역을 펼치고 있다.

림 목사는 그 중 몇 가지 사역을 소개했다.

우선 독거노인을 보살피기 위해 구청 및 주민센터와 힘을 합쳤다. 독거노인의 주소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요구르트 배달원들이 매일 그들을 살필 수 있게 했다. 배달 비용은 교회가 전액 부담한다.

또 아파트 부녀회와도 손을 잡았다. 교회 측은 부녀회 회원들과 교인들이 함께 김장철에 김치를 담아 주민에게 전달하는 사역을 한다.

세월호 사태가 발생했을 때 림 목사는 교역자들과 일부러 지역내 가게들도 돌았다. 업주들과 대화하며 교회가 사회와 동떨어져 있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다. 사회 문제에 대해 같이 아파하고 이를 함께 극복하자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다.

당시 잠실교회는 주일 예배 때 교회 식사를 한동안 중단했었다. 교인들에게는 ‘외식 장려 운동’을 벌였다.

림 목사는 “우리 교인들이 그렇게 사먹는다고 지역경제가 활성화될 수 없지만 지역사회에 우리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나누고 싶었다”며 “요즘은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기업 등 어떤 형태로든지 교회가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논란의 동성결혼 이슈
교단 탈퇴 "배려가 먼저"


림형천 목사에게 이민교계와 관련, 어떤 소식을 듣고 있는지 물었다. 그는 미국의 동성결혼 이슈와 결혼의 의미를 재규정한 미국장로교(PCUSA)의 문제 등을 꼽았다.

림 목사는 “나도 그 교단 소속이었다”고 했다.

현재 PCUSA 소속 한인교회들은 탈퇴를 고려하는데 재산권 문제 등으로 고심이 많다.

우선 그는 “PCUSA가 한인교회에 대한 영적인 배려가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림 목사는 “한인교회는 교단에 대한 애착과 소명의식, 그리고 동성결혼을 두고 신앙적 이슈에 대해 고민하는 건데 PCUSA가 너무 재산권 문제만 신경 쓰는 것 같다”며 “이렇게 하면 앞으로 한인 2세들도 PCUSA에서 신앙생활을 하면서 연합하는 게 더 어려워지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인교회에 직언도 했다.

그는 “교단과 교회가 서로에게 좀 여유를 줘야 한다. 서로 대립각을 세우는 등 과격한 방법 보다는 서로 넉넉한 마음으로 배려할 필요가 있어보인다”며 “교회는 신앙적 수용이 어려우면 어려운 대로 인정하는 것도 필요하고 서로 충분히 기도해주는 시간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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