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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사람만 살아 남은 '인류의 묵시록'

지 포 즈카리아 (Z for Zacharia)
감독: 크레이그 조벨
출연: 마고 로비, 치웨텔 에지오포, 크리스 파인
장르: 드라마
등급: PG-13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했지만, 설정을 상당 부분 바꾸며 극에 새로운 긴장감과 재미를 더해 완성해 낸 영화다. 제목인 '지 포 즈카리아(Z for Zacharia)'는 성경 속 인물들의 이름을 알파벳순으로 배열한 어린이용 종교서적의 한 부분에서 따온 것이다. 인류 최초의 인간이 알파벳 A로 시작한 애덤(A for Adam)이었던 만큼, 인류 마지막 인간은 알파벳 Z로 시작하는 즈카리아가 되리라는 상상의 표현이다.

핵폭발로 폐허가 돼 버린 세상을 보여주며 영화는 시작한다. 주인공인 앤(마고 로비)은 자신이 멸망한 인류의 유일한 생존자라 믿는다. 운좋게도 방사능에 오염되지 않은 채 청정지역으로 남은 깊은 산골짜기가 그녀의 보금자리다. 홀로 농사를 지으며 외롭지만 강인하게 살아가는 그녀 앞에 어느날 갑자기 또 다른 생존자 존(치웨텔 에지오포)이 나타난다. 존은 청정지역을 찾아 먼 길을 왔지만 성급하게 방사능에 오염된 계곡물에 뛰어들었다가 죽을 고비를 맞는다. 앤은 극진한 간호로 존을 살려내고, 둘은 조금씩 서로를 의지하기 시작한다. 두 사람의 감정은 강렬한 끌림으로 이어지지만, 자칫 관계가 틀어지고 말 것을 염려한 존의 소극적 태도로 더 이상은 발전하지 못한다.

원작 소설은 세상에 오직 둘만 남은 앤과 존,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파국으로 치닫는지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인간의 욕망이 작용하는 방식을 흥미롭게 펼쳐 보였다. 하지만 영화는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간다. 제 3의 인물인 또 한 명의 생존자 케일럽(크리스 파인)을 통해서다. 유연하고 감성적 매력을 지닌 캐릭터로 묘사된 케일럽은 극 중반이 넘어서야 등장하지만, 순식간에 아슬아슬한 균형을 유지해 오던 앤과 존의 관계를 뒤흔든다. 앤과 케일럽은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이를 지켜보는 존의 불안과 질투는 겉잡을 수 없이 커져간다. 오직 세 사람만이 존재하는 세상이지만, 본능적 끌림, 가치관의 차이, 서로 다른 성격 등 인간 관계에서 벌어지는 복잡한 다이내믹이 여지없이 드러난다. 특별한 극적 장치 없이도 영화 전체를 지배하는 그 팽팽한 긴장감이 '지 포 즈카리아'를 신선하고도 철학적 이야기로 만들어주는 단 하나의 힘이다.



마고 로비의 연기 변신도 주목할만 하다. '극강 미모'의 차세대 스타지만, 스크린 위에서 예쁘게 보이기를 완전히 포기한 채 주인공 앤 역에 올인했다. 쓸쓸함이 엿보이는 순박한 농사꾼 소녀에서, 보다 또렷한 욕망과 감정을 자각하는 여성으로 변해가는 마고 로비의 모습을 지켜보는 게 흥미롭다. 상상의 여지를 충분히 남기는 결말은 찝찝하기 보단 알싸한 여운을 남긴다.

이경민 기자

lee.rache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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