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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오디세이] '컵밥'으로 성공 신화… 송정훈&김종근 공동대표, "젊은 패기에 한국인 情 보탰더니 '대박'"

노량진 시장서 파는 컵밥 벤치마킹
중고 트럭부터 구입해 배수진 창업
2년만에 푸드트럭 매출만 20만 달러
경기장 부스 9개·투고 식당도 2개나
팔로우 한 명 선정해 깜짝 무료 파티
SNS 입소문, 언론 기사화로 유명세

2만여 SNS 팔로우에 동호회도 생겨


유타 주에선 새로운 문화현상으로


이런 허세작렬, 솔직발랄한 젊은이들을 봤는가.

'컵밥을 먹어라. 그리하면 황금 변을 보게 될지니'(Eat Cupbop,Poop Gold)라는 우스꽝스런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보란 듯 거리를 활보하질 않나, 푸드트럭이 무슨 비보잉 무대인양 음악에 맞춰 고성을 지르고 춤까지 춰가며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키는가 하면, 푸드트럭을 몰고 고객 집 앞까지 찾아가 그 가족들과 친구들을 불러 동네잔치를 하는 참 별나디 별난 청년들. 바로 유타 주에서 요즘 가장 핫하다는 푸드트럭 '컵밥' 주인장들인 송정훈(37). 김종근(42).박지형(31) 공동대표다. 바로 그들이 LA에 떴다. 최근 한국 공중파 방송에서 그들의 성공스토리가 방영된 뒤 한국 젊은 세대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킨 이들을 LA한인타운에서 만나봤다.

#유타의 마음을 사로잡다

지금 '컵밥'은 조용하던 유타 주에 새로운 문화 현상이 됐다. 피부색도 눈동자 색도 서로 다른 이들의 마음과 입맛을 컵밥 한 그릇이 사로잡은 것이다.'컵밥'이 탄생한지는 이제 겨우 2년. 그러나 그 인기만큼은 장수 아이돌 저리가라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SNS로 이들을 팔로우하는 이들만도 2만5000명을 훌쩍 넘어섰고 SNS에서는 컵밥 마니아들끼리 동호회를 만들어 맛 비교 논쟁을 벌이는가 하면, 고객 불만이 SNS에 올라오면 열혈 마니아들이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팔 걷어 붙이고 해결사(?)노릇을 자청할 만큼 '컵밥'은 이제 새로운 팬덤을 만들어 가고 있다.

2013년 5월 중고 트럭 한 대로 시작한 '컵밥'은 창업 2년 만에 유타주 전역을 누비는 푸드트럭 네 대를 비롯해 축구장, 농구장, 미식축구장 등 운동 경기장에 자체 부스 아홉 곳, 투고전문 레스토랑 두 곳 등 짧은 시간에 눈부신 성장을 일궜다. 당연히 매출도 껑충 뛰어 현재 푸드트럭 네 대에서만 월 2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릴 만큼 성공을 이뤄냈다.

듣고 있노라면 '헐~ 대박' 소리, 절로 나올 밖에. 그 누가 이들의 성공을 놓고 젊음이 한 밑천이라 쉽게 말할 수 있겠는가. 물설고 낯 설은 남의 나라 땅에서 그 성공이 쉬웠을 리 만무하다. 당연히 그들의 땀과 눈물이 이 성공 스토리의 주연이었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명랑청년 3인방의 파란만장 성공기

10여 년 전 유타에 유학생 신분으로 온 이들이 그 10년을 1년처럼 살아온 파란만장한 스토리를 듣고 있노라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한국에서 이름 꽤나 날리는 힙합 댄서로 활동했던 정훈씨와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종근씨, 성악 전공자인 지형씨, 삼국지의 유비.관우.장비만큼이나 개성 제각각인 이들이 2년 전 삼국지의 그들처럼 도원결의를 맺는다. 시간이 가면 현실에 부딪쳐 이 도원결의도 사라질까 싶어 이들은 그동안 모았던 돈 털어 중고 푸드트럭 한 대부터 떡 하니 사 들여놓고 봤단다. 그 누구도 뒤로 물러설 수 없도록 배수진부터 친 것이다. 트럭 메뉴는 더 생각할 것도 없이 한식으로 정했다. 정훈씨가 수년 전 식당 서빙 일을 할 당시 언젠가는 내 식당을 차리지 않을까 싶어 적잖은 돈을 투자해 사모아 둔 한국 유명식당 레시피 위에 종근씨가 유타에서 수년간 일식 셰프를 하면서 어깨너머로 밤잠 설쳐가며 연구한 소스를 얹는 것이 기본이 됐다.

"컵밥이라는 콘셉트는 한국의 노량진 컵밥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바쁜 시장 상인들을 위해 한 컵에 밥과 반찬이 모두 들어간다는 것을 보고 무릎을 쳤죠. 바쁜 현대인들에게는 딱 이지 싶었습니다. "(김종근)

한국의 컵밥을 조금 변형한 이들의 컵밥은 밥 위에 고기(불고기, 돼지불고기, 갈비 등)를 얹고 입맛에 맞는 소스를 선택해 얹으면 끝이다. 빠르고 간편한 데다 세계적인 한식열풍까지 맞물려 컵밥은 오래지 않아 말 그대로 대박을 친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

이들이 지금처럼 유명세를 얻게 된 가장 큰 계기는 한 달에 한 번씩 SNS 팔로우 중 한명을 선정해 푸드트럭을 집으로 몰고 가 그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무료로 컵밥을 제공하면서 부터다. 당첨된 이들은 '컵밥이 우리 집에 왔다'며 야단법석 SNS에 이를 올렸고 이에 대해 사람들은 댓글로 부러움과 놀라움을 표시하면서 단박에 컵밥은 인기 스타로 부상했다.

"뭐 특별한 마케팅 전략이라기보다는 그냥 컵밥을 좋아해주는 이들과 함께 즐겁게 놀고 싶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행사였습니다. 그러다보니 반응이 좋았을 뿐이죠."(송정훈)

이 덕분에 컵밥은 지난해 유타 주 최대 로컬TV 출연은 물론 지역신문과 잡지에도 대서특필 되면서 컵밥의 열풍을 이어가게 된다. 이런 기세라면 조금은 쉬어갈 법도 한데 이들은 한 달 전 네 번째 푸드트럭인 한국식 타코 '코타코'를 론칭했다. 그리고 코타코는 한 달에 한 번 도움이 필요한 이들의 집을 찾아가 그 앞에서 장사를 하고 그날 수익 전부를 그들에게 기부하고 있다.

아마도 이들이 얻고 싶은 것은 돈이 아닌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어떻게든 한 개라도 더 팔아 한 푼이라도 더 남겨야겠다는 얄팍한 마케팅 전략이 아닌 내 집에 초대한 손님이 조금이라도 행복하게 음식을 즐겨주길 바라는 잔치 집 아낙 같은 마음 씀씀이 말이다. 그러다보니 그 어느 누가 이들에게, 이들의 밥상에 반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처음엔 이들이 한국어를 하는 타인종 고객들에게 덤으로 공짜 음식을 퍼주고, 고객들과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를 나누고, SNS를 통해 소통하는 것이 아주 치밀하게 계산된 미국식 마케팅이라 믿었는데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저 그것은 아주 단순한 한국식 정이었다.

끊임없이 꿈을 꾸고 그 꿈을 현실로 만들어 가는 이 남자들, 아마도 그들이 그 한 컵 밥에 담고 싶은 것은 함께 나누면 더 커지는 행복일지도 모르겠다.

이주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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