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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론 악영향 적어…EU로 번지면 수출·금융 영향

전체 수출액 0.5% 불과…찻잔 속 태풍 가능성 높아
푸에르토리코 파산·중국증시 급락 위험에 더 주목

그리스가 지난달 30일 사실상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빠졌다. 국제통화기금(IMF)에 진 부채 15억5000만 유로를 갚지 못 해서다. 지난 5년 동안 전세계가 주시한 그리스의 국가부채 폭탄이 사실상 터진 것이다.

이날 미국 주식시장은 다우존스산업지수가 350포인트 하락하는 등 3대 지수 모두 2%대의 급락세를 보였다. 그리스발 경제 위기가 유럽연합(EU)으로, 나아가 전세계로 확산될 것에 대한 우려였다. 하지만 같은 날 월가에선 이미 이틀 뒤부터 발표되는 소비자신뢰지수와 실업률 등 경제지표가 탄탄하면 주가는 반등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기 시작했다. 실제로 이후 이틀 동안 주가는 소폭 반등하며 미국경제에 대한 자신감으로 그리스발 불안감을 넘는 모습을 보였다. 첫 날 주가의 2%대 급락은 최근 2년내 1일 최대 낙폭이었지만 그리스 디폴트라는 리스크의 크기에 비하면 그 폭이 적었다고 볼 수도 있다. 이미 알려진 악재의 충격을 그 동안 시장이 어느 정도 흡수한 결과다.

그리스 디폴트 발생 이후 초반 며칠동안 그 충격은 아직 그리스에 한정돼 있다. 그 이유는 그리스의 부채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와 유럽중앙은행, IMF에 집중되어 있어 연쇄 반응은 없을 것이라는 중론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럼 그리스의 디폴트는 미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까. 그리스 사태는 단기성 문제가 아니다. 추가 구제금융 제공과 그리스와 국제채권단의 협상 여부, 그리스의 유럽연합(EU) 탈퇴 등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파장이 EU에 한정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지만 미국에 미칠 영향이 적다고 단정할 순 없다.



현재로선 그리스 사태가 미국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는 이들은 많지 않다. 그리스의 부채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율이 적기 때문이다. 또 미국의 수출에도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의 경제 규모는 앨러배마 주 크기로 2014년 미국의 그리스 수출액은 7억7300만 달러 수준이다. 이는 미국 수출액의 0.5% 규모로 미국의 아이슬랜드 수출액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하지만 사태가 EU 전체로 번질 경우 이야기는 다르다. EU는 미국의 최대 수출시장으로 연 수출 규모는 2760억 달러에 이른다. 그리스 사태는 그 자체로 강한 달러를 더 강하게 만들 수 있고 그 만큼 미국산 제품의 가격을 올려 수출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사태가 EU로 확산되면 미국의 수출에 타격을 줄 수 있다. 게다가 유럽에서 금리가 상승하기 시작하고 경기가 악화되면 달러강세와 맞물려 미국의 수출 여건을 더 힘들게 만들 수 있다.

금융 환경 악화 가능성도 불안 요소다. 그리스 사태가 유럽 금융시장을 흔들면 미국에서 유럽 증시로 유입된 투자금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그리스 사태를 둘러싼 최악의 시나리오는 다른 악재와 맞물리는 것이다.

우선 그리스 사태가 어떻게 해결되느냐에 따라 그리스와 비슷한 상황에 있는 국가들의 태도가 달라질 수 있다. 당장 그리스가 디폴트를 불사하면서 다른 국가도 디폴트를 카드로 고려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리스의 뒤를 이을 가능성이 있는 국가로 꼽히는 스페인과 포르투갈, 이탈리아가 최악의 경우 디폴트를 불사하면 미국의 금융시장과 수출은 요동칠 수 있다.

그리스 문제가 터지자 미국 경제의 위험 요소로 부각된 것은 오히려 푸에르토리코와 중국이다. 푸에르토리코의 파산 위험은 이전에는 크게 주목받던 이슈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리스 사태가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비교급으로 부각됐지만 역설적으로 미국 경제가 피해야 할 암초가 하나둘이 아님을 드러냈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의 자치령인 푸에르토리코의 부채는 730억 달러 수준으로 최근 부채를 갚기 어렵다고 밝혀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야기했다. 문제는 투자 규모에서 그리스보다 푸에르토리코가 미국에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뮤추얼펀드 평가회사인 모닝스타가 지난달 20일 발표한 수치에 따르면 푸에르토리코의 국채에 투자한 미국의 뮤추얼펀드 규모는 113억 달러에 이른다. CNBC는 지난 1일 푸에르토리코가 이날 만기인 부채 19억 달러를 모두 상환했다고 보도해 위기감을 늦췄지만 리스크는 여전하다.

중국 증시의 불안감도 주목할 대목이다. 지난달 30일 상하이종합지수는 3847까지 급락했다가 4277로 급등하며 이틀 연속 10%를 넘는 변동폭을 보였다. 잇딴 거품경고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등락폭이 10%를 넘자 그리스 사태와 연계해 불안감을 더욱 키우고 있다.

그리스 사태는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의 낙진이라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막상 그리스가 사실상 디폴트를 선언하자 국제채권단에 대한 비판과 함께 적지 않은 동정론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예를 들면, 그리스가 일은 적게 하고 복지에 기댄다는 지금까지의 비난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그리스의 복지지출이 EU에서 하위권이고 노동시간은 가장 길다는 통계가 제시되며 동정론이 일고 있다. 마켓워치는 그리스를 비난하는 이들이 주로 금융권 인사라는 점과 이들의 시각이 금융자산을 중시하는 편향성을 보였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 나라의 경제를 금융의 관점에서만 볼 수 없다는 주장이다.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도 정부 지출 축소와 감원을 요구한 IMF의 해법을 비난했다. IMF는 그리스가 자신들의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2014년까지 매년 3%를 성장하며 V자형 회복을 보일 것이라 예상한 것에 대해 마켓워치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스로 들어온 구제금융의 90%가 다시 채권단의 빚을 갚는 데 쓰였다는 폭로도 나왔다. 독일이 그리스에 요구하는 것이 결국은 좌파 정권의 퇴진이라는 가디언의 보도도 그리스 동정론이다. 독일이 2차대전 이후 흑자가 났을 때만 전쟁 배상금을 지급하고 그것도 국내총생산의 3%를 넘지 않는다는 조건 속에 경제성장을 이룬 점을 근거로 그리스에 대한 가혹한 태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리스는 지난 8년간 국내총생산 25% 하락, 가계소득 30% 이상 감소, 공식적인 실업률 25%의 재난상황에 몰렸다. 그럼에도 채권단이 그리스의 경제회생과 부채 상환능력 회복보다 자신들의 요구 관철에 더 관심을 두면서 정책실패를 자초했다는 비판은 앞으로 다른 디폴트 위험국가의 회생능력에 영향을 주고 리스크를 높일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안유회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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