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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소현 개인전

혼란의 세계를 싸는 보자기



화가 배소현씨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첼시의 스코토 캘러리에 들어서면 마치 자연사박물관의 광물실 안에 있는 느낌을 준다. '싸여진 파편들(Wrapped Shards)'를 주제로 한 그의 전시회에서 '계란 여인 2(Egg Woman II)' '분열하는 달(The Splitting Moon)' 그리고 '싸여진 파편들' 시리즈는 마치 나전칠기의 색상처럼 파노라마로 펼쳐지며 감상자를 신비의 세계로 인도한다.

배씨는 학창시절 유대인 교수를 만나 '용기의 분열(Breaking of the Vessels)'이라는 신화에 대해 관심을 갖게되었다고 한다. 태초에 신의 빛이 담긴 용기들이 있었는데 그것이 깨져서 이 세상은 혼란스럽게 됐다는 이야기. '코스모스와 카오스설'과 유사하다.



어렸을 때 가족 이민으로 미국에 정착한 배씨는 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과 보스턴대학교 미대 석사를 거쳐 하버드 대학교에서 신학을 전공했다. 용기 분열론은 그에게 그림의 화두가 됐고 한국에서 성장할 때의 체험들이 그림에 녹아들었다.

이를테면 '계란 여인 2'는 어릴 적 동네를 떠돌던 행상 '계란 아줌마'를 소재로 한 것. 계란을 겹겹이 들고 팔러 다니던 아줌마가 그의 눈에는 신비해보였던 모양이다. 계란은 아줌마 존재의 참을 수 없는 무거움을 상징할지도 모른다. 계란이 깨지듯 용기가 깨지듯 이 세상은 혼란 투성이. 배씨는 이 혼란의 파편을 '보자기'로 싸는 작업도 해왔다. '분열하는 달'은 우주를 배경으로 갈라진 달이 안타까워보인다. 분열 이별의 거리두기는 화합과 질서라는 욕망으로 투사된다.

'12개의 인사(12 Bows)'에서는 정수리에 가름마를 한 여인의 두상이 다른 각도로 7번째마다 반복해 나타난다. 유고 봉건주의 시대를 연상시키는 여성의 반복적인 인사는 억압된 한국의 여성성에 대한 질타처럼 보인다. 앤디 워홀의 실크 스크린보다 더 의미있는 페미니스트의 표현인 셈이다.

배씨의 작품은 세계의 균열과 한국 사회에서 억압된 여성성에 대한 질문처럼 보인다.

◇전시일정: 3월 26일까지

◇스코토 갤러리: 529 West 20th St. 5Fl. (212)352-8058

박숙희 기자

nysuki@joongangus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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