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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 걸고 국경 넘은 사람들 '터키 난민촌', 슬픔·긴장·배고픔의 생지옥. 아이들 미소도 지워버렸다

IS 공격·시리아 내전 피해서
난민들 접경 하타이에 몰려
딸 조혼…생계유지 위해 매춘도

24일 오후 3시 터키 하타이 공항에 도착했다. 터키 이스탄불에서 남동쪽으로 약 700마일 떨어진 곳이다. 시리아와 맞닿은 최접경 지역이다. 이곳엔 목숨을 걸고 터키 국경을 넘은 30만 명의 난민이 있다.

IS(이슬람국가)의 공격과 시리아 내전으로 인해 하루아침에 터전을 잃었기 때문이다. 가장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간다는 하타이주 크르칸 지역의 난민들을 찾았다. 차를 타고 비포장 도로를 40여 분쯤 달렸다. 시리아 국경에서 1km 남짓한 곳까지 들어갔다.

자동차가 멈춰 서자 수십 명의 아이들이 두 손을 내밀며 주변을 에워싼다.

차에서 내리며 한 소년의 머리를 쓰다 듬었다. 웃으며 인사를 건넸지만 표정엔 아무런 변화가 없다. 주머니에 있던 사탕 하나를 쥐어 줬다. 그래도 계속 손을 내민다. 굶주림에 대한 무언의 표현이다.



25일 하타이 주 크르칸 지역의 한 난민촌. 파란 비닐 포대로 만든 텐트 10여 개가 다닥다닥 붙어있다. 가까이서 보니 텐트라기보다 낡은 천막에 가깝다. 이곳엔 총 18가구가 살고 있다. 땅을 파서 임시로 만든 화장실 1개를 100여 명이 나눠 쓴다.

주변은 온통 누런 흙바닥과 잔돌뿐이다. 대부분의 아이는 맨발이다. 얼마나 긴 시간을 신발 없이 다녔을까. 네댓 살쯤 보이는 한 아이의 시커먼 발을 만져봤다. 발바닥엔 굳은살이 배겨있다.

이곳에서 4년째 생활하는 살라 하딘(45)씨가 천막 뒤로 가깝게 보이는 산을 가리켰다. 그는 "저 산맥을 경계로 시리아와 터키가 나뉜다. 여기서 1킬로미터 정도만 걸어가면 시리아 지역"이라고 했다.

살라 하딘 씨는 "고향은 내전 때문에 폐허가 됐다. 우리 가족은 목숨을 지키기 위해 옷가지만 들고 무작정 60킬로미터(약 37마일)를 걸어 국경을 넘었다"며 "그리운 고향 땅으로 너무나 가고 싶지만 위험해서 돌아갈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한숨을 내쉰다.

안내를 맡은 장성호 선교사(안디옥개신교회)는 "하타이는 시리아 최접경 지역으로서 터키에서 가장 먼저 난민촌이 형성(2011년 3월)된 곳"이라고 했다.

장 선교사는 "최근엔 IS(이슬람국가)의 공격으로 더 많은 난민이 터키로 몰려들고 있다. 지난 겨울 저 산을 넘다가 얼어 죽은 사람도 많다"며 "현재 하타이 주에만 약 30만 명의 난민이 있는데 대부분 이렇게 천막촌을 이루고 살아간다"고 덧붙였다.

하타이는 봄기운이 완연한 4월임에도 한밤 중 날씨는 섭씨 5~7도(화씨 41~44도)까지 내려간다.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흙 바닥은 비닐 포대로 덮여 있다. 그 위로 얇은 담요 한두 장이 깔려 있다. 배낭을 내려놓고 잠깐 누워봤다. 등이 결릴 정도로 울퉁불퉁한 바닥이 그대로 느껴진다. 부엌과 거주 공간의 구분은 없다. 천막 한편에 서너 개의 냄비와 컵 찌꺼기가 묻은 접시 등이 전부다.

세 아이의 엄마인 아메드 씨는 "보통 구호품 또는 밭일을 해서 얻은 하루 품삯(10리라.약 4달러)으로 식량을 얻는다"며 "천막 앞에 나무를 모아 불을 때고 거기서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고 했다.

물론 모든 난민촌이 이처럼 열악한 건 아니다. 가난과 굶주림이 비껴가는 곳도 있다. 난민촌 거주 환경은 곧 시리아 내의 사회적 지위를 나타낸다.

현재 하타이 내에서 터키 정부와 UN이 공식 운영하는 난민 캠프는 3곳(총 1만5000명 수용)이다. 주로 시리아 군인 가족들과 사회 지도층이 머문다. 그곳은 보안을 위해 언론은 물론 일반인의 출입이 철저히 차단된다.

일부를 제외한 대다수의 난민이 제대로 된 지원을 못 받다 보니 실상은 암울하다.

현지 안내인 게오르그씨는 "난민 아이들은 대개 10살만 넘으면 밖에 나가서 하루종일 노동을 한다. 어떤 부모는 돈을 받고 딸을 조혼까지 시킨다"며 "무엇보다 가장 심각한 건 난민 여성들이 생계 유지를 위해 매춘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곳은 생존 본능이 극한의 하루를 살게 한다. 다수의 난민이 도움의 사각지대에서 연명하고 있다. 슬픔과 긴장의 응고는 아이들의 미소까지 지워버렸다.

하타이=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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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내 시리아 난민 현황-IS 공격 심화로 탈출 급증…155만명 방치

시리아 접경인 하타이를 비롯한 디야르바키르, 가지안테프, 아다나 등 터키 남동부 지역의 공식 난민 캠프는 전부 22곳(총 25만 명)에 불과하다.

유엔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이 발표한 최근 통계(2014년 말 기준)에 따르면 터키 내 시리아 난민은 180만 명이다. 공식 난민 캠프를 제외하면 약 155만 명이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

지난해 9월 터키 정부가 국경을 일시 개방하자 이틀 만에 6만 명이 넘는 난민이 순식간에 몰리기도 했다. 난민이 급증하면서 통제가 어려워지자 현재 터키 정부는 시리아와 이라크 국경 지역을 모두 차단한 상태다.

하지만 시리아 내전과 맞물려 IS의 공격이 심해지면서 국경을 몰래 넘는 난민이 점점 늘고 있다. 주요 월경 루트는 산이다. 현재 NGO 단체, 터키개신교연합회, 한인 선교사들이 난민들을 돕고 있다. 미주에서는 토런스 지역 주님세운교회, 새너제이 지역 뉴비전교회가 지원하고 있지만 도움의 손길은 턱없이 부족하다.

터키 남동부 지역은 치안마저 불안하다.

현재 한국 정부는 시리아 접경인 하타이 지역에 적색경보(철수권고·국경 10km 내)를 발령했다. 미국 정부 역시 하타이를 '위험 지역'으로 지정했다.

장성호 선교사는 "하타이는 성경의 '안디옥' 지역이기 때문에 과거엔 성지순례객이 많았지만 시리아 내전 이후 관광객의 발걸음도 끊겼다"며 "최근엔 하타이 지역 병원에서 IS 대원들이 몰래 치료를 받은 적도 있고, 외국인 납치 등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야간에는 외출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OCHA는 시리아 내전과 IS의 공격 때문에 터키를 비롯한 인근 주변국으로 유입된 난민을 총 1100만 명(2014년 12월 기준)으로 보고 있다. 이 중 돌봄이 필요한 어린이가 560만 명, 접근 불가 지역에 거주하는 난민을 480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도움문의:(310) 482-0574

장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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