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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종 직원과 문화충돌 막아라"

타 커뮤니티 공략 위해 채용 늘면서 새 문제로
기업문화 오해 쌓여 차별소송 등 번지기도
한국 알리기 클래스·세미나 열고 화합 노력

"회의를 한다고 해서 빈 자리 아무 곳에나 앉았는데, 주변 눈초리가 이상했어요."

"엘리베이터에 한국에서 온 높은 사람들이 타니까,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안 타더라고요, 왜죠?"

한국 대기업의 미주법인은 물론이고 최근 들어 한인 기업들이 타인종 채용을 늘리면서 나타나는 직장 내 새로운 풍속도이다. 타인종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해당 언어와 문화에 익숙한 직원을 고용하는 것이지만 문화 갈등이라는 부작용이 나오는 셈이다.

연장자에 대한 존중과 상사에 대한 단순한 예의 표시를 이해하지 못해 고민하는 경우가 있고, 그로 인한 오해가 어느 순간 차별로 둔갑해 소송으로 번질 위험도 도사리게 된다. 실제로 격려 차원에서 직원의 어깨나 허리를 '살짝' 치거나, 싫어도 참가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회식자리, 야근 등 다소 힘든 일에 여성 직원을 배려하는 것 등은 케이스에 따라 노동법 위반으로 해석될 소지도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규모 있는 한인기업들은 타인종과 한인 2세에게 한국의 기업문화를 알리기 위한 클래스를 개설하거나 외부 업체에 관련 세미나를 의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와 기아차
한국에서 파견된 소수 주재원이 다수의 타인종 직원(임원 포함)과 근무하는 구조다. 한인 직원이 적다고는 해도 한국 기업이고, 이들이 실질적으로 기업을 컨트롤하는 만큼, '한국식'이 힘을 발휘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빨리 빨리'와 '밀어붙이기식'으로 대변되는 한국식 기업문화는 타인종 직원들과 충돌을 일으켰고, 분쟁이 생길 때마다 주류 언론의 타겟이 되곤 해 왔다.

그런 분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현대차는 지난 2012년 외부 업체에 타인종 및 2세 한인 직원들을 위한 '한국의 기업문화 이해를 위한 특별 강연'을 진행했다. 타인종 종업원들에게 한국의 역사·문화적 배경과 직장문화를 이해시킴으로써 직장 내 갈등을 해소하고 화합하는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취지였다. 한인 기획사 에드크레시안이 참여한 당시 세미나는 타인종 직원들에게 한국과 한국기업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에드크레시안의 강소아 대표는 "타인종 직원들은 한국 기업의 상사에 대한 예우나 회식문화 등을 새롭게 알게 됐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현재 현대차는 직장 내 다양성을 이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상담 제도를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다.

기아차도 타인종 직원들이 한국과 기아차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도록 '코리안 클래스 101, 102' 코스를 운영하고 있다. 클래스는 오늘의 한국과 한국문화, 한류, 한국의 비즈니스 모델, 한국 기업문화 등에 대한 강연 등으로 구성된다. 기아차는 내부 단합을 위해 직원 가족들까지 초청한 야외 행사를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지난해에는 애너하임 구장에서 야구를 관람하는 스포츠 이벤트를 통해 화합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인은행들
문화적 충돌의 상당 부분은 언어적 이해 부족에서도 기인한다. 한인은행들은 타 커뮤니티 및 주류사회 공략을 강화하면서 이사진 및 실무진에 타인종들이 계속 증가, 이제는 많은 업무가 영어로 이뤄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영어가 다소 부족한 한인 직원들에게는 오히려 스트레스이다. 그런 이유로 BBCN 은 중간 간부의 역할을 강조한다. 중간급 매니저로 한국어와 영어가 둘 다 편한 한인 1.5 혹은 2세들을 포진시켜, 소통과 문화적 차이에 대한 이해를 돕도록 하고 있다.

미 전역에 걸쳐 900명 이상의 직원이 있고 타인종 입사 비율이 더욱 늘고 있는 BBCN은 행장이 직접 주재하는 콘퍼런스 콜의 경우 한국어와 영어 세션으로 나눠 진행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오픈뱅크도 회의 시간에 단 한 명이라도 타인종 직원이 있으면 영어를 쓰는 것을 장려한다.

BBCN의 한 직원은 "외국인 직원들은 한인 직원들을 배려해 말을 할 때 천천히 하고 제스처를 동원한다"며 "한인 직원들 역시 이를 경청하고 최대한 이해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윌셔은행은 전문업체를 고용해 직원들에게 직장 내 공통 예절을 가르쳐 궁극적으로 직원 간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남가주 지상사들(KITA)
한국 문화를 이해시키기 보다 미국문화에 적응하는 것도 방법이다. 법인장을 포함해 소수의 한국 및 타인종 직원이 전부인 지상사들은 자체적으로 한국의 문화교육을 진행할 만한 여건이 되지 않는다.

비교적 규모가 크지만 타인종 비율이 높지 않은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의 경우도 HR부서 등을 통해 상담은 하지만 개별적으로 클래스까지 진행할 정도는 아니다. 이 때문에 국적기 항공사들은 신입 직원들을 필요에 따라 한국에 보내, 한국문화와 기업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지상사들은 협회를 통해 정기적인 세미나를 열고 타인종 직원을 대하는 방법과 미국 문화 적응 방안을 공유한다. "쥴리엣, 커피 한 잔 부탁해"라는 말이 여성 비하나 성차별이 아닌 단순한 부탁이고, 끈끈한 인간관계의 한 대목으로 이해되기 위해서는 상호 이해를 바탕으로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과 학습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는 게 KITA 관계자 설명이다.

김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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