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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충돌…며느리는 미국, 시어머니는 한국식

미주 한인사회 '고부 갈등' 특수성

고민 털어 놓을 상대 없어
아들에 목매는 엄마 많아
현지 문화 익숙한 며느리
스트레스로 우울증 비화


시어머니 살해 혐의를 받고 있는 이은영씨의 어머니는 “딸이 평소 심한 고부갈등으로 우울증을 앓았다”고 말했다.

고부갈등은 시대, 동서를 막론하고 있다. 미국에 살기 때문에 한국보다 덜 할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도 않다. 오히려 미주 한인사회는 문화적 차이와 고립에서 오는 특수성 때문에 상황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며느리 이야기= “한국처럼 가족이나 친척, 친구나 지인이 많지 않으니 툭하면 부르고 툭하면 아들을 찾는다. 주위 친구가 많아도 골치다. 친구들 앞에서 자랑하고 싶어, 요구하는 것도 많고 사달라는 것도 많아진다.” “시어머니가 한국식으로 생각하고 요구한다. 우리 부부 생활은 물론, 내 자식 키우는 것도 간섭한다. 가구 장만하는 것도 시어머니 눈치를 봐야 한다. 평소 용돈, 생일 등 특별한 날 선물, 심지어 한국 명절까지 챙겨야 한다. 그런데도 미국에 시집온 걸 다행으로 알라고 한다. 미국에 살아도 시집살이는 한국식이다.” “처음에는 외로운 이민생활에 가족이 생겼다고 좋아했다. 그래서 시부모님 집과 가까운 곳에 살았다. 곧 후회했다. 가까이서 1년 살고 직장 핑계 대고 시부모님 집과 떨어진 곳으로 이사했다. 그 다음은 애들 학교 핑계 대고 더 멀리 이사해 살고 있다. 그제야 숨통이 트였다.”



◆문화의 충돌= 한국에서는 고부갈등이 세대 차에서 오는 정도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세대 차에 한국적 사고방식, 전통적인 가치관을 가진 시어머니와 미국 문화가 익숙한 며느리, 즉 한국과 미국의 문화가 충돌하면서 고부갈등이 심화된다.

한인가정상담소의 안연미 카운슬러는 “문화 차가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 갈등의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며 “특히 자녀 양육 문제를 놓고 갈등이 심해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민 1세대인 시어머니, 같은 이민 1세대인 며느리라고 해도 미국적 사고방식과 문화를 받아들이는 속도가 차이 나고 그 간격이 충돌로 빚어진다”고 말했다.

여기에 이민사회 특성도 작용한다. 시어머니 또는 며느리에 대한 불만, 갈등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고민 등을 털어놓을 상대가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 자녀 양육·직장 등으로 자기 시간이 없어 이 문제를 들여다볼 여유도 없다.

◆우울증으로 심화= 문제는 고부갈등이 우울증 등 정신건강 문제로까지 번진다는 것이다. 이웃케어클리닉의 문상웅 환자서비스부 디렉터는 “갈등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계속되다 보면 이게 쌓이고 스트레스가 내면, 내재화된다. 이는 우울증으로 발전하기 쉽다. 풀리지 않는 스트레스로 존재하고 있다가 어느 한 순간에 빵 터지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안현미 카운셀러는 “시어머니와 갈등의 골이 깊어져 우울증으로 상태가 악화된 후에야 상담과 치료를 위해 찾는 며느리가 많다”며 “솔직히 연세가 있는 시어머니는 사고방식을 바꾸기 어렵다. 며느리가 한 발 물러나서 ‘그럴 수도 있겠구나’ 이해하려고 노력하면 관계가 한결 나아질 것”이라고 권했다.

전문가들은 아들이자 남편의 중간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간에서의 적극적인 중재가 고부갈등에서 어느 정도 완충 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너무 효자여도, 너무 좋은 남편이어도, 너무 방관해도 안 된다는 것이다.

이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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