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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기업이 상업용 냉장고 '100년 숙제' 풀었다

터보 에어 '콘덴서 자동 청소' 혁신 기술 개발

6년전부터 회사 운명 걸고 연구
3년간 현장 검증 통해 완벽 확인
개발비용 등 가격 인상 없이 공급
"시장 점유율 5년후 1위 도약 확신"


상업용 냉장고의 100년 숙제를 한인기업이 풀었다.

한인 상업용 냉장고 제조사 '터보 에어(Turbo Air Inc.)는 지난 19~21일 애나하임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북미식품장비제조사협회 트레이드쇼(NAFEM Show)에서 혁신적인 신기술을 공개했다. 6년간의 개발 기간을 거쳐 공개한 기술은 '콘덴서 자동 청소기'(Automated Condenser Cleaner)'. 냉장고 뒷면 하단에 위치한 콘덴서(condenser·응축기)는 열을 배출하는 역할을 하는데 팬이 돌면서 먼지를 빨아들인다. 먼지가 쌓이면 열 배출 기능이 약화되면서 고장을 유발해 업계의 최대 골치거리로 꼽혔다.

터보 에어의 댄 조 업무최고책임자(COO)는 "상업용 냉장고 고장의 70% 이상이 이 먼지 때문이다. 업계가 모두 이 문제를 알고 있지만 기술적 한계를 넘지 못 했다. 상업용 냉장고가 나온 이후 처음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고 말했다.



상업용 냉장고에 먼지는 숙명과 같았다. 먼지를 뒤로 빠져나가게 한 가정용과 달리 상업용 콘덴서는 벌집 형태여서 구조적으로 먼지가 걸릴 수 밖에 없다. 조 COO는 "바람의 방향을 바꿔 털어내는 방식을 택한 제조사가 있었는데 먼지가 더 깊숙이 박혔다. 어떤 회사는 브러시를 아래 위로 움직여 청소하는 방식을 1400달러의 옵션에 내놓았는데 오히려 먼지를 밀어넣는 역효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사용자가 30일에 한 번씩 먼지를 털어주지 않으면 워런티를 인정하지 않는 업계의 관행도 이 때문이다.

터보 에어는 먼지가 안으로 밀려 들어가지 않게 브러시를 회전시키는 것 등 핵심 기술 3가지에 대한 특허를 갖고 있다.

미국 상업용 냉장고 시장 점유율 2위인 터보 에어는 이 기술이 1위 도약의 결정적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자동 청소기를 모든 제품에 장착하되 ▶옵션이 아닌 기본사양으로 ▶가격 인상 없이 ▶유지보수를 하지 않아도 3년 워런티를 주는 조건으로 7~8월부터 출시할 계획이다.

자동 청소기 개발에 대해 브라이언 김 터보 에어 그룹 회장은 1등 도약에 대한 확고한 비전을 밝혔다. "현재 우리는 2등이다. 목표는 1등인데 방법은 두 가지다. 경쟁사가 실수를 해서 넘어지거나 우리가 잘 해서 추월하거나. 문제는 모두가 달리는 상황에서 추월이라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6년 전부터 다른 회사가 할 수 없는 획기적인 기술 개발에 들어간 것이다."

김 회장은 판세를 엎을 '한 방'을 자동 청소기에서 찾았다. "경쟁사는 업계에서 80년 동안 끈끈한 관계를 쌓았다. 이걸 깨려면 획기적인 게 있어야 한다. 재료를 좋은 것 사용했다 해도 딜러들이 '그게 뭐?'하면 끝이다. 하지만 자동 청소기는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다. '그거 없어도 돼'라고 말 할 수 없다. 그런 확실한 차이를 갖고 경쟁을 해야 1등을 한다. 안 그러면 80년 동안 1등 한 회사를 20년 만에 추월 못 한다. 60년의 시간차는 적은 갭이 아니다."

개발비조차 가격에 반영하지 않는 파격적인 조건도 1등 도약이 지금이라는 확신 때문이다. "돈을 받으면 효과가 반감된다. 돈을 받는 것, 돈을 안 받고 1등하는 것, 둘을 비교하면 1등하는 게 전략적으로 낫다. 1등과 2등의 기업가치 차이는 크다. 그래서 돈을 안 받는 거다."

"1등 도약을 확신하는가"고 묻자 김 회장은 "100%"라고 대답했다. "냉장고를 모르는 사람은 잘 모른다, 이게 얼마나 골치거리인지. 식당이나 마켓이나 비즈니스 하기도 바쁜데 언제 냉장고를 열어 청소하겠는가. 또 식당 주방이 좁잖나. 거기 냉장고가 죽 들어서 있다. 이걸 다 끌어내서 뒤에 붙어 있는 콘덴서 청소한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제 때 청소 안 하면 콤프레서가 과열되고 금방 고장난다. 이것과 연관된 고장이 하나 둘이 아니다."

터보 에어는 3년전부터 자동 청소기 개발을 끝내고 제품에 장착해 현장에서 실험을 했다. "3년 동안 현장 검증을 통해 문제가 없는 걸 확인하고 이번 쇼에 내놓았다. 연간 수십만 대를 판매하는데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감당할 수 없다. 제품에 대해서 확신한다. 5년 뒤에는 점유율 1위에 올라설 걸로 본다."

김 회장은 제조사-딜러-고객의 관계도 바뀐다고 내다봤다. "과거에는 딜러가 어떤 제품을 팔기 위해 고객에게 추천을 했다. (딜러들이) 다른 제품은 소개도 안 하는 경향이 있었다. 소비자들은 정보가 없으니까 제품을 다 알 수가 없다. 딜러가 업체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을 대신해야 한다. 그렇게 안 하면 딜러도 어렵다. 시대가 바뀌었다.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은 고객이다."

안유회 기자

터보 에어는

67개국 진출 … 코카콜라·코스코 등 납품

상업용 냉장·냉동·음식가공 장비 생산회사로 1997년에 설립됐다. 본사는 롱비치에, 생산공장은 미국·한국·중국 5곳에 있으며 전세계 67개국에 진출했다. 코카콜라와 코스코 등 대형 프랜차이즈 회사에 납품하고 있다.

다품종 소량 생산과 인맥을 바탕으로 형성된 시장 특성상 진입장벽이 높은 상업용 냉장고 시장에서 연구개발과 엄격한 품질관리로 소수계 기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짧은 시간에 미국시장 점유율 2위에 올랐다.

냉장고 전문가인 브라이언 김 회장은 혁신 기술을 중시해 120명 규모의 연구개발 부서를 정착시키면서 개발보다 관계가 중시되던 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특허 12개는 업계 최대로 대부분 김 회장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대표적인 특허는 콘덴서 자동 청소기와 에너지 절약, 물받이 싱크가 필요없는 디자인 등이다. 물받이 싱크는 냉장고에서 발생하는 물을 받기위해 매장 바닥에 설치되는데 물을 자체 증발시키는 디자인으로 이를 없앴다. 까다로운 공사와 많은 비용을 줄인 혁신 기술의 하나로 꼽힌다.

세계 시장 연 8.2% 성장

시장조사회사인 트랜스패런시 마켓 리서치는 미국내 상업용 냉장고 시장이 매년 3% 성장해 2018년에는 107억 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세계 시장은 2012년 현재 291억 달러 규모로 매년 8.2% 성장해 2018년에는 466억 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별로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이 전세계 시장의 34.1%를 차지하며 북미를 제치고 1위 시장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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