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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군 암호 체계 깨부순 괴짜 천재의 실화

이미테이션 게임 (The Imitation Game)
감독: 모튼 틸덤
출연: 베네딕트 컴버배치, 키이라 나이틀리, 매튜 굿 등
장르: 드라마, 스릴러
등급: PG-13


난공불락으로 여겨지던 나치군의 암호체계 '이니그마'를 풀기 위한 비밀 임무를 수행했던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의 이야기를 다룬 '이미테이션 게임(The Imitation Game)'은 한 마디로 정말 잘 만든, 재미있는 영화다.

2차 대전이라는 커다란 역사적 맥락 안에서 실존했던 한 인물의 활약과 그 이면의 감정들을 유려하게 펼친 솜씨가 무엇보다 빼어나다.

평범하지 않았던 튜링(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유소년기와 비밀 임무를 맡게 됐던 전쟁 중의 시기, 종전 이후의 모습까지 시간적 배경을 군데군데 넘나드는데도 결코 혼란스럽거나 복잡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폐인이 되어버린 듯한 튜링의 현재와 그의 슬프고도 파란만장했던 전쟁 중의 활약상, 그리고 평생의 굴레가 됐던 어린 시절의 번뇌가 유기적으로 서로 엮이며 영화 전체의 그림과 정서를 하나로 모아 응집시키는 힘을 발휘한다.

드라마에 다채로운 갈등요소들을 넣어 크고 작은 극적 긴장을 곳곳에 배치한 구성도 영리하다. 휴(매튜 굿)를 비롯한 동료들과의 갈등, 현대식 컴퓨터의 시초가 된 '크리스토퍼'의 발명과 사용을 둘러싼 대립, 클라크(키이라 나이틀리)와의 약혼과 파혼, 러시아 이중첩자라는 오해와 이를 둘러싼 반전 등이 촘촘하게 이야기를 채운다.

그러나 하나하나가 그 비중과 긴장의 강도를 달리하고 있어, 과하게 밀어 붙이는듯한 부담감은 전혀 느껴지질 않는다. 적절한 완급 조절의 승리다.

연기도 끝내준다. 특히 주인공 앨런 튜링 역을 맡은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열연은 내년 초 열릴 주요 시상식을 싹쓸이한다 해도 논란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BBC 드라마 '셜록'을 통해 보여줬던 비상한 두뇌의 외골수 괴짜 이미지는 '이미테이션 게임'을 통해 또 다른 색채로 변주돼 그 꽃을 피웠다.

컴버배치는 영화 초반부터 등장과 동시에 보는 이의 눈과 귀를 완벽히 매료시킨다.

어떤 이유에선지 폐인이 돼 버린 듯한 그의 멍하고도 불안한 모습을 보는 순간부터, 관객들은 그가 겪어야했던 과거에 대한 궁금증에 사로잡힌다.

독일어 한 마디 모르면서 특유의 재치있는 말발과 자신감으로 군 간부들의 입을 다물어 버리게 하는 도도한 모습은 끝모를 통쾌함을 느끼게 하고, 서툰 사회성이나마 발휘해 동료들과의 갈등을 해결해 보고자 화해의 손길을 내미는 장면에선 피식 웃음을 터뜨리게 한다.

지루한 기다림 끝에 이니그마 해독의 실마리를 잡은 순간의 희열감이나 러시아 스파이의 정체를 우연히 알게 되는 순간의 당혹감을 표현해 내는 부분에선, 그의 탁월한 연기에 영화 속 전율이나 충격의 감정이 스크린 밖까지 그대로 전해져 머리털이 쭈뼛 곤두서는 듯한 체험마저 하게 된다.

암호 해독을 위한 기호학과 연산 체계의 개념 등 다소 어려울 수 있는 내용들이 곳곳에 등장하지만, 관객들에게 이에 대한 이해를 강요하지 않는 태도도 고맙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인터스텔라'를 보며 상대성 이론이나 양자 역학을 이해해야 할 것만 같은 스트레스를 느꼈었다면, 이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을 보면서 조금은 편안하게 지적 유희를 즐겨 볼 수도 있을 듯 하다.

이경민 기자

rache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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