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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같은 운명, 다른 선택

나 종 성/언론인

자기 죽음의 때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면 신께서 노하실까. 며칠 전 세상을 떠난 배우 김자옥은 자신이 암을 앓으면서 그동안 등졌던 이웃을 용서하고, 세상과 이별할 수 있는 기회를 줘서 고맙다고 했다. 생을 달관한 사람의 이야기 같다. 의사가 당신 수명이 이제 몇 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고 말할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요즘 미국에서 죽음을 앞뒀거나 이미 죽음을 겪은 두 여성의 이야기가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시한부 생명을 선고 받은 두 여성의 서로 다른 선택 이야기다. 모두 악성 뇌종양 환자다. 한 여성은 29세의 나이로 6개월을 넘기기 힘들다는 판정을 받고 "누구보다 살고 싶지만 선택을 미루는 것 자체가 가장 큰 두려움"이라며 남편의 생일 이틀 뒤 스스로 존엄사를 택했다.

19살의 농구 유망주였던 또 한 여성은 죽음에 굴하지 않았다. 암 투병 중에도 대학에 입학했고 꿈에 그리던 경기에 출전했다. 비록 후반 교체 멤버였지만 2득점을 올렸다. 그녀가 게임에 나섰을 때 관중들은 기립박수를 쳤고 동작은 느렸지만 슛을 날릴 때 상대팀 선수들은 적극 수비하지 않았단다. 죽음과 사투를 벌이는 동료에 대한 예우였다.

'예정된 죽음.' 시간의 길고 짧음은 있지만 인간 모두에게 운명 지워진 것인데 이 사실을 알면서 태연하게 살아간다는 것은 보통 강심장이 아니고는 할 수 없는 일이다. 기사를 읽는 동안 가슴이 저려오는 것을 숨길 수 없었다. 언론은 '두 사람의 사연은 비극적이지만 감동적이고 용감한 행동'이라고 전한다.



죽음을 앞둔 사람들의 우스개 소리가 있다. '저승 사자가 부르면'이란 유머다. 61세 회갑 때는 '지금 안 계시다고 여쭈어라' 70세 고희에는 '아직 이르다고 여쭈어라' 77세 희수에 부르면 '지금부터 늙음을 즐긴다고 여쭈어라' 80세 산수에 저승사자가 부르면 '아직 쓸모가 있다고 여쭈어라' 88세 미수에 부르면 '쌀밥을 더 먹고 가겠다고 여쭈어라' 90세 졸수에 부르면 '서둘지 않아도 된다고 여쭈어라' 99세 백수에 부를 땐 '때를 보아 스스로 가겠다 여쭈어라'.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빠져보려고 하는 모습이 실로 인간적이다. 요즘 수명이 길어지다 보니 90수를 누리는 건 주변에서 흔하게 본다. 하지만 한번 왔으니 가야 하는 게 당연한 이치. 불교에서 말하는 생로병사가 바로 인생의 길을 네 가지로 함축한다. 태어나서 늙고, 병 들고 그리고 죽고. 누구든 원하지 않고, 피하고 싶은 게 죽음이고 입 밖으로 내놓고 싶지 않은 게 죽음이다.

아침 평상시 양복을 잘 입지 않던 후배가 상가에 간다고 검은 양복을 입고 출근했다. 올 들어 죽음과 관련돼 벌어졌던 온갖 일들을 생각해 보게 한다. 채 피지도 못하고 시들어 버린 어린 학생들, 천년만년 살 것 같았던 사람이 황당하게 갔는가 하면 아직 가지 않아도 될 한창 나이에 먼저 간 후배의 경우도 있었다.

어차피 한번은 가야 할 길. 그게 언제일지 모르지만 살아있는 동안 꼼수 피우지 않으면서 아름다운 인생을 만끽해, 나중에 슬프지도 않고 여유 있게 맞이할 준비를 해야겠다. 근데 당신 어디 아프냐고? "천만에, 가려면 아직 멀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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