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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알아본 족집게 … 알리바바 대박에 조용히 웃었다

벤처투자사 세쿼이아 회장 마이클 모리츠

스티브 잡스 취재하다 투자업 진출
세계 최대 벤처캐피털로 키워내
재산 27억달러 중 절반은 기부 약정
알리바바 가치 알고 일찍이 투자


연말이 다가온다. '2014년 세계 산업계 최고의 사건'을 꼽는다면 아마도 알리바바(Alibaba)의 뉴욕 증시 상장이 아닐까. 지난 9월 상장 이후 알리바바 주가는 두달여 만에 70% 가량 상승했다. 이 회사의 시가총액은 26일 현재 2850억 달러에 이른다. 알리바바보다 시가총액이 큰 기업은 애플.마이크로소프트.구글.존슨앤드존슨 정도뿐이다. 덕분에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은 중국 1위 부자가 됐다. 최대 투자자인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역시 일생일대의 성취를 이루게 됐다.

이 가운데 뒤에서 가만히 웃고 있는 남자가 있다. 실리콘밸리 벤처투자사 세쿼이아 캐피털(sequoia capital)의 마이클 모리츠(60) 회장이다. 그는 알리바바 상장 전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몇 년 전 이 회사에 조용히 투자했다. 알리바바 기업공개는 인터넷 산업의 전 지구적 진화에 있어 하나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우리(세쿼이아)는 12, 13년 전부터 중국에 거대한 기술기업 가치가 형성되리라는 것을 알았다. 향후 30여 년간 제대로 된 비즈니스를 하려면 중국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계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리더들 중 그의 이야기를 흘려 듣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모리츠는 1990년대 이후 실리콘밸리 창업 생태계를 사실상 디자인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나치 독일 탈출한 유대인



그가 투자한 기업 리스트를 보자. 구글.야후.페이팔.시스코.유튜브.링크트인.자포스.플레트로닉스.왓츠앱.드롭박스.스트라이프…. 그는 글로벌 초일류 IT기업으로 성장한 이들 회사 대부분의 초기 투자자이자 이사회 멤버였고 강력한 후견인이자 헌신적 멘토였다. 자신이 직접투자를 결정한 것은 아니지만 세쿼이아의 주요 포트폴리오 기업인 애플.오라클.에어비앤비.일렉트로닉아츠.텀블러.스퀘어.애드몹.그린닷.넷앱.팰로앨토네트웍스 같은 회사들의 경영과 성장에도 깊숙이 관여했다. 이 같은 활약을 통해 모리츠는 세쿼이아를 세계 최고의 벤처캐피털로 키웠고, 그 자신 역시 약 27억 달러의 자산을 가진 거부가 됐다.

더욱이 재산의 최소 50%를 기부하기로 약정한 가운데 이미 약 2500억원을 영국과 미국의 여러 대학에 장학금으로 쾌척했다. 특히 옥스퍼드대에는 유럽 대학 역사상 최고액인 1900억원을 기부했다. 덕분에 해마다 이 학교에 입학하는 저소득층 자녀 100여 명이 학비와 생활비 전액을 지원받게 됐다. 지난해에는 이 같은 공을 인정받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으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았다.

사실 모리츠는 캘리포니아 출신 ICT 전문가들이 장악한 실리콘밸리에서 이질적인 존재다. 그는 영국 남웨일스 카디프 지방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카디프대 교수였는데 소년 시절 나치 독일에서 탈출해 영국으로 이주한 뒤 옥스퍼드대를 장학생으로 졸업한 입지전적 인물이었다. 모리츠 역시 옥스퍼드 크라이스트 처치 칼리지에서 역사학을 전공한다. 이어 미국으로 건너가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MBA를 취득했다. 동기 대부분이 월스트리트 금융가를 택했지만 그는 언론계에 투신했다. 시사주간지 타임의 산업 담당 기자가 됐다.

애플 출입증 가진 최초의 기자

83년 그는 애플에 대한 특집 기사를 쓰게 된다.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는 매우 협조적이었다. 덕분에 모리츠는 애플 출입증을 가진 최초이자 최후의 기자가 됐다. 하지만 우호적인 관계는 곧 끝났다. 모리츠가 잡스의 숨겨진 딸 리사 이야기를 포함해 그의 내면적 측면을 파고든 기사를 써버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이듬해 모리츠는 애플 스토리를 담은 책 『스티브 잡스와 애플 Inc』(원제: Return to the Little Kingdom)를 출간한다.

급기야 86년에는 애플의 초기 투자사인 세쿼이아에 합류한다. 잡스와의 인연이 그의 인생을 바꾼 것이다. 지난해 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모리츠는 "잡스와 지난 10년간 일 말고 친구로는 만난 적이 없다"면서도 "잡스야말로 위대한 소통자, 놀라운 세일즈맨, 메시아적 사명감에 불타는 인간, 중독되지 않을 수 없고 지금껏 만난 사람 중 가장 흥미로운 인간"이라고 상찬했다.

모리츠는 세쿼이아 합류 직후 시스코 투자를 결정하는 것을 시작으로 신화적 성공 스토리를 써나갔다. 그는 특히 다른 투자사들로부터 외면당한 회사에 주목했다. 시스코.야후.페이팔 모두 그랬는데 그중 정점은 '경쟁자는 많지만 비즈니스 모델이라곤 없는 작은 회사' 구글이었다. 모리츠는 두 창업자의 집념과 열정, 지적 역량과 원대한 비전에 높은 점수를 줬다.

99년 그는 경쟁 투자사인 '클라이너 퍼킨스 코필드&바이어스'와 매칭 투자를 감수하면서까지 구글에 합류했다. 이후 2007년까지 이사회 멤버로 활동하며 오늘날의 구글을 만드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실제 모리츠는 직원이 대여섯 명뿐인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의 이사회에 참여하는 것을 즐긴다.

이를 통해 경영 일반은 물론 인재 영입, 판로 개척, 법적.제도적 이슈 해결, 추가 투자 유치까지를 보조하고 때로는 리드한다. 그에게 투자 결정은 일의 끝이 아닌 시작인 셈이다.

또한 모리츠는 '젊은 피'에 열광한다. 미래는 22세, 23세의 시대가 될 것이라 장담한다. 이들은 놀라운 몰입도와 자신감, 문제를 해결하려는 열의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미디어 뉴리퍼블릭에 따르면 모리츠는 "새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느냐의 측면에서 볼 때 45세 이상은 이미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는 말을 공공연히 한다. 가족.연애 등으로 인해 신경이 분산되는 것도 치명적이라고 본다.

"아이디어 측면에서 보면 45세 이상은 끝"

더불어 모리츠는 이민자들의 에너지를 존중한다. 포브스 자료에 따르면 세쿼이아 투자 스타트업의 59%에는 한 명 이상의 외국 태생 공동창업자가 있다. 이들을 만나기 위해 세쿼이아 투자자들은 쥐가 나올 것 같은 사무실이나 싸구려 월셋방을 방문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여타 투자사 임원들이 럭셔리 골프대회나 휴양지에서 잡담을 즐기는 것과는 대비된다. "차세대 창업가가 그런 곳에 있을 리 없기 때문"이란다.

세쿼이아는 신속한 결정과 일 처리로도 유명하다. 페이팔과 테슬라모터스의 창업자 일론 머스크에 따르면 99년 세쿼이아가 페이팔 투자를 결정하자마자 변호사가 서류 작업을 마치기도 전에 500만 달러를 입금했다고 한다.

모리츠의 탁월한 감식안은 짐작하건대 기술 그 자체에 매몰되기보다 창업자와 비즈니스 모델, 당대의 사업 환경 등을 통합적으로 사고할 줄 아는 통찰력에 기인하는 듯하다. 이는 그가 역사학도이자 기자 출신인 것과도 무관하지 않을 터다.

2012년 그는 이름을 밝히지 않은 희귀 만성질환으로 인해 세쿼이아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하지만 투자 업무만큼은 여전히 정력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지난해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테크크런치 디스럽트 콘퍼런스의 기조연설자로 나서 "구글.애플 같은 데이터 공장들은 중산층을 만들어내지 못한다"고 문제를 제기해 비상한 주목을 받았다.

그는 행사장을 가득 메운 창업자들에게 "(당신들이 이끌어낼 변화가) 지속 가능한 것인지 자문해 보라"고 주문했다.

인류의 미래를 성찰하는 투자자, 그가 '벤처캐피털 업계의 구루'로 칭송받는 또 다른 이유다.

이나리 기업가정신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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