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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VS 캐릭터 - 오늘 개봉 영화 '군도' …'흉흉한 시대' 백정의 쌍칼과 양반의 장검이 서로를 겨누다

영화 '군도:민란의 시대(이하 군도)'는 독특한 느낌의 영화다. 분명 역사적 사실에서 모티브를 가져 온 정통 사극인데, 묘하게 서부극의 느낌이 난다. 낭만적으로까지 보일 만큼 잘 포장된 폼나는 액션도, 두 주인공의 비장한 대결도, 거기다 아예 작정하고 웨스턴 스타일로 만들어 영화 전반에 깔아 놓은 음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요소들이 '군도'를 스타일리시하고도 세련되며, 강렬하면서도 아름다운 '웨스턴 스타일 액션 사극' 으로 완성시켜준다.

영화는 조선 철종 시절, 부패한 관료들의 횡포가 극에 달해 이를 참지 못한 백성들이 곳곳에서 의적이 돼 창궐하던 때의 이야기다. 지리산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추설' 무리의 다양한 캐릭터가 멋진 활약을 펼치는 모습이 흥미롭게 그려지고, 그 양 극단에 선 두 인물 돌무치와 조윤의 피할 수 없는 대결이 영화의 중심축을 이룬다. 돌무치와 조윤, 두 인물을 중심으로 영화 '군도'를 좀 더 자세히 파악해보자.

이경민 기자 rachel@koreadaily.com

◇단순무식 '돌무치' - 하정우



천하디 천한 백정 출신이다. 그저 남보다 단단한 몸이나 내세워 동네아이들을 속여 코묻은 먹거리를 뜯어내는게 일이고, 돈 주는 사람이 시키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하라는 대로 하고 사는 인생이다.

그에게 어느날 은밀한 제안이 들어온다. 그 지역 소문난 갑부인 조윤으로부터다. 절간에 들어가 숨어 살고 있는 임산부 하나를 처치하면 홀어머니와 여동생을 데리고 어디가서 주막 하나 정도는 열고 살 수 있을 만큼의 돈을 준다는 제안이다. 흔쾌히 청부를 받아 죽여야 할 여인 앞에 칼까지 겨누지만, 여린 마음 탓에 그녀를 베지 못한채 돌아서고 그 길에 운명처럼 의적떼 '추설' 무리와 마주한다. 실패한 일이니만큼 받은 돈을 돌려주고 청부 살해를 없던 일로 하려 해보지만 냉혹한 조윤은 돌무치의 집을 불태우며 그의 어머니와 여동생마저 죽인다.

복수심에 불타는 돌무치는 기어이 조윤의 집에 가 행패를 부리다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하지만 '추설'무리가 그를 살려내 한 가족으로 받아들이며 의적으로서 새 삶을 살게된다. 이때부터 이름도 '도치'로 바꿨다. 2년여의 무서운 수련 과정을 거쳐 힘을 기르고 조윤에게 복수의 칼날을 겨누지만 그를 베기란 만만치가 않다. 오히려 한 가족 같던 동료들만 잃은 채 복수심과 울분만 커진다. 더 이상 잃을것도 없는 도치와 조윤의 마지막 대결은 '군도'가 5개의 장으로 나누어 차분히 진행해 온 이야기 흐름의 절정에서 격정적이고도 처절하게 펼쳐진다.

배우 하정우는 '돌무치'가 '도치'로, 천한 백정이 빼어난 무예의 의적으로 바뀌어가는 과정을 묵직하고 생생하게 표현해냈다. 18~20세의 연령대를 연기하는 그의 모습이 조금은 어색하기도 하지만 머리에 깊은 화상 자국을 새긴채 양 손에 고기써는 칼을 들고 활개치는 모습엔 금방 몰입되고 만다.

대나무 숲을 가르며 수련하는 스타일리시한 장면과 걸쭉한 욕지거리와 사투리를 내뱉으며 거칠게 적들의 목을 치는 날 것 그대로의 장면은 하정우가 보여줄 수 있는 액션 연기 속 드라마의 스펙트럼이 얼마나 넓은 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다. 아쉬운 점이라면 매력이나 존재감 면에서 강동원에 밀리고 말았다는 것. 스크린 속에서 누군가에게 밀리는 듯한 인상의 하정우를 본다는 건 참으로 낯선 일이다. 그러나 바로 그 지점에서 '군도'의 흥미 포인트 또 하나가 추가된다는 것은, 배우 하정우에겐 꽤나 역설적이고도 조금은 잔인한 일이기도 하다.

◇슬픈 악역 '조윤'-강동원

미워할 수 없는 악역이다. 극악무도하지만 다른 한편 처량하기 그지없다. 어마어마한 지역 유지인 아버지와 기생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들을 귀하게 여겼던 아버지가 서자로 집에 들여 키웠지만 정실부인의 무참한 구박을 받으며 자라야했다. 적자인 동생마저 태어나자 집안에서 어린 조윤의 입지는 말 할 수 없이 좁아진다.

갓난아이인 동생을 죽이려는 시도까지 해보지만 차마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오히려 현장만 들켜 내놓은 자식 취급을 받는다. 마음에 독을 잔뜩 품은 채 무예에 심취해 심신을 단련,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강인함의 경지에 올라 벼슬까지 거머쥐지만 동생과 의붓어머니가 죽자 관직을 파하고 고향으로 내려와 아버지의 재산을 쥐락펴락하며 백성들에게 횡포를 부린다. 그가 두려워하는 것은 오직 하나, 남편이 죽자 임신한 채 자취를 감춘 동생의 부인이 아들을 안고 집으로 돌아오는 일이다. 갖은 수모와 인내 끝에 쥐게 된 조씨 집안의 권력을 또 다른 적자인 조카에게 물려주게 될까 두려워하는 것.

백정인 돌무치를 시켜 그녀를 처치하려 했던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오히려 조윤은 돌무치의 철천지 원수이자 '추설' 무리의 목표가 되고 만다. '추설'의 영리한 작전도, '도치'가 된 돌무치의 쉼없는 공격도 넉근히 막아내며 절대 쓰러지지 않던 조윤은, 그토록 없애버리고자 찾아 헤맸던 조카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며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한다.

조윤은 영화 속 거의 모든 등장인물에게 미움을 받는 원수이지만, 관객에게만은 가장 큰 공감과 이입을 얻어내는 신비로운 힘을 지닌 캐릭터다. 순전히 강동원의 힘이다. 그의 날카로우면서도 슬픔이 서려있는듯한 눈빛, 눈 하나 깜빡 않고 부채 하나, 장검 한자루로 모든 대항자들을 쓰러뜨리는 귀기 넘치는 액션, 앞섬을 풀어헤치고 찰랑이는 긴머리를 휘날리며 마치 춤을 추듯 부드럽고 유연하게 움직이는 우아한 몸짓에 매료되지 않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에 가깝다.

돌무치를 비롯한 다른 등장인물들에 비해 캐릭터의 배경이나 감정의 근거도 한층 풍부하게 설명돼 있어 가장 사실감 넘치는 인물로 완성됐다. 어마어마한 에너지의 하정우나 탄탄한 연기 내공의 이경영과 맞붙는 장면에서도 절대 뒤지지 않는다. 오히려 강동원의 차가움이 하정우나 이경영의 뜨거움에 찬물을 끼얹는 느낌이다. 영화 '군도'는, '강동원의 영화'라 해도 큰 무리가 없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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