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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내 입맛 사로잡은 LA 맛집 27곳

이종호/논설위원

과거 이민자들에게 가장 아쉽고 그리운 세 가지는 우리 말과 글, 그리고 한국음식이었다. 요즘 한인밀집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설마 그랬을까 싶겠지만 70~80대 어르신들 말씀을 들어보면 정말 그랬다. 한국말 하는 사람 만나면 그렇게 반갑고, 한글 신문을 보면 눈물이 날 지경이었으며, 얼치기 한국음식이라도 먹을 수만 있다면 그걸로 향수에 젖곤 했다는 것이다.

뉴욕 뉴저지 외곽만 해도 2000년대 초반까진 그랬다. 가족이 한식으로 외식 한 번 하려면 한 두 시간 일부러 차를 몰아 '한인타운'으로 나가야 했고, 한국 신문을 보기 위해서는 일주일치씩 한꺼번에 배달돼 오는 신문을 기다려야 했다.

타주에서 그런 경험을 하고 와서 그런지 지금도 LA서 사는 것이 뭐가 좋으냐는 질문을 가끔 받는다.그 때마다 날씨가 환상이다, 한인들이 많아 좋다고 대답한다. 하지만 진짜 좋은 점은 뭐니 뭐니 해도 맛있는 한국 음식을 입맛대로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LA에 오고 나서부터는 더 이상 한국 음식에 대한 갈증은 없어졌다. 몇몇 향토음식이야 어쩔 수 없지만 정말이지 LA 한국식당의 음식 맛은 서울의 그 어떤 맛집에 견주어도 빠지지 않는 것 같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주변엔 한국 가면 맛있는 것 실컷 먹고 오는 게 소원이라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막상 갔다온 사람들은 하나같이 기대했던 맛이 아니었다며 실망의 말을 전한다. 너무 세련되고 너무 진화해 버린, 지나친 인공의 맛이라는 것이다. 대신 진짜 한국의 맛, 고향의 맛, 전통의 맛은 오히려 이곳 LA식당들이 더 잘 간직하고 있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린다.



작년 여름 발행된 중앙일보 업소록엔 한인타운을 비롯한 LA일원의 한식당이 445개나 올라 있다(일식당은 236개, 중식당은 91개였다). 물론 그 많은 식당을 다 가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한인타운에서 매일 점심을 먹고 수시로 저녁 모임도 하면서 10년 가까이 살다보니 웬만큼은 가 본 것 같다. 그 중에는 한 번 가고 다시는 안 가는 집도 있고 1~2주에 한 번은 꼭 가는 단골집도 있다. 한국서 혹은 타주에서 친구나 친지가 오면 자랑스럽게 추천하는 메뉴도 생겼다. 순전히 개인적 취향이고 기호이긴 하지만 사심 없이 꼽아보자면 다음과 같다(모두 10달러 내외다).

우국 갈비탕, 감자골 감자탕, 한밭 설렁탕, 미아리 생바지락 칼국수, 박대감네 비빔냉면, 칠보면옥 물냉면, 함흥냉면집 회냉면, 가주마켓 잔치국수, 마당국수집 쫄면, 고바우 보쌈, 전원식당 갈치조림, 장안된장 각종 찌개, 장터보쌈집 콩나물해장국, 올림픽 청국장, 북창동 순두부, 웨스턴 순대국, 어원 회덮밥, 구포집 추어탕, 한미정 염소탕, 꿀돼지 솥뚜껑삼겹살, 현풍할매곰탕집 북어국, 명품순대집 간장게장, 와코 돈까스, 진흥각 짜장면, 홍콩반점 짬뽕, 카페맥 고구마케이크, 오비베어 낙지소면… 그리고 또, 날마다 새 메뉴 새 이름으로 우리 입맛을 유혹하는 새 식당들.

아, 이름만 들먹이는데도 군침이 돈다. 세계 어디에 내 놓아도 결코 빠지지 않는 맛, 언제든지 그 맛을 즐길 수 있는 곳에 살고 있다는 것에 늘 감사한다.

함께 밥을 먹는 사람을 '식구(食口)'라 한다. 꼭 가족이 아니어도 식탁을 함께 하면 그게 식구다. '화수분' 작가 늘봄 전영택 선생은 다음과 같은 찬송 가사를 썼다. '아침과 저녁에 수고하여 다 같이 일하는 온 식구가/ 한상에 둘러서 먹고 마셔 여기가 우리의 낙원이라.'

정말 그렇지 않은가. 땀 흘려 일할 수 있는 일터가 있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우리 음식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곳이야 말로 한인들에겐 더 없는 낙원이다. LA 만세,한국식당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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