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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가는 박은선, 한국이 등 떠밀었나

감독들 성별 검사 요구에 상처
징계 권고받은 축구협·여자연맹
5개월 간 책임 미루기에 또 상처
러시아서 억대 연봉 파격 대우

박은선은 한국을 2015년 캐나다 여자월드컵 본선으로 이끌었지만 축구인들의 편견과 무책임한 행정에 회의를 느껴 러시아 이적을 선택했다. [중앙포토]
‘상처받은 영웅’은 결국 ‘탈출’을 선택했다.

 한국 여자축구 간판스타 박은선(28·서울시청)이 러시아 여자프로축구 강호 WFC 로시얀카로 이적한다. 올해 2월 잉글랜드 여자축구 첼시 레이디스에 입단한 지소연(23)에 이어 또 한 명의 유럽파가 탄생했음에도 선수 자신과 주변 분위기는 밝지 않다. 형식은 자발적인 해외 진출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암울한 상황에 떠밀려 쫓겨나듯 한국을 떠나는 모양새다. 서울시 관계자는 20일 본지와 통화에서 “박은선이 로시얀카로 간다. 여자축구(WK리그) 정규시즌이 진행 중이지만, 선수 자신의 해외 진출 의지가 워낙 강해 붙잡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선수와 양 구단이 상당부분 의견일치를 이뤘다. 구단주인 서울시장의 재가를 받은 뒤 계약서에 서명하면 협상이 완료된다”고 설명했다.

 ‘월드클래스 골잡이’답게 박은선의 계약 조건은 파격적이다. 기존의 두 배에 육박하는 1억 원 가량의 연봉을 보장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미프로리그 형태라 환경이 열악한 여자축구에서 억대 연봉은 특급 대우다. 첼시 레이디스에서 활약 중인 지소연도 5000만원에 못 미치는 연봉을 받고 뛴다.

 로시얀카 구단이 박은선에게 거액을 베팅한 건 2000년대 중반에 누린 전성기를 되찾기 위해서다. 1990년 모스크바 인근 크라스노아르메이스크를 연고로 창단한 로시얀카는 자국리그에서 총 4회 우승과 다섯 차례 준우승을 이룬 강호다.



 한국 여자축구의 위상을 한 단계 높인 이적임에도 박은선의 유럽행을 바라보는 축구인들의 마음은 착잡하다. 쫓겨나듯 떠난다는 안타까움 때문이다. 박은선은 근래 들어 꾸준히 팀 훈련에 참가했지만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아 애를 먹었다. 지난 4월 여자대표팀에 재승선한 이후 5월 여자 아시안컵에서 득점왕(6골)에 오르는 등 새로운 의욕을 찾아가던 박은선이 슬럼프에 빠진 건 자신을 대상으로 성희롱 논란을 일으킨 WK리그 지도자들에 대한 징계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WK리그 6개 구단 지도자들이 박은선에 대해 “성 정체성이 의심스럽다”며 성별검사를 요구해 물의를 빚은 이후 국가인권위원회가 이들의 행위를 성희롱이자 인권침해로 결론짓고 대한축구협회에 징계를 권고했다. 하지만 이렇다 할 처벌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주무기관인 여자축구연맹과 상급기관인 대한축구협회는 인권위 권고 이후 5개월 넘도록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한 축구인은 “여자연맹이 ‘자체적으로 처벌 수위를 정할 수 없다’며 축구협회에 결정을 일임하면 축구협회가 ‘여자연맹이 먼저 처벌 관련 초안을 만들어 제출하라’며 반려하는 상황이 두 차례나 반복됐다”면서 “인권위의 지침이 강제 규정이 아니라는 점을 악용해 두 단체가 박은선에게 또 한 번 상처를 주고 있다”고 비난했다. 여자축구의 한 관계자는 “당초 올 시즌을 마친 뒤 해외 이적을 하려던 박은선이 실행을 앞당긴 건 문제를 일으킨 WK리그 지도자들과 현장에서 마주치는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했기 때문”이라면서 “서울시청이 대승적 차원에서 박은선의 시즌 중 이적을 허락하지 않았다면, 선수가 더 이상 버티지 못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은선의 갑작스런 이적으로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도전하는 여자축구 대표팀이 직격탄을 맞게 됐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A매치로 공인하지 않은 아시안게임의 경우 해외 팀에 차출 협조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윤덕여(53) 여자축구 대표팀 감독은 “현재로선 서울시청이 이적 협상 과정에 (박)은선이의 아시안게임 출전을 보장할 장치를 마련해주길 바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송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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