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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조 화장품 '닉스 코스메틱' 로레알에 거액 매각 토니 고 사장

"더 클 여지 있는 지금이 매각 적기라 판단"

지난달 인수 합의서에 서명
매각 액수 2억~5억달러 추산
글로벌 회사로 크려면 운영도
글로벌 회사가 맡아야 가능성
향후 비즈니스는 아직 못정해
무슨 일 해도 즐기면서 하겠다


"잘 키운 딸을 시집보내는 엄마의 심정을 알 것 같아요."

15년간 키워온 색조 화장품 회사 '닉스 코스메틱(NYX Cosmetics.이하 닉스)'을 프랑스의 세계적인 화장품 회사 로레알에 매각하기로 한 토니 고 대표는 아쉬움과 동시에 '닉스' 브랜드가 더 성장할 기회가 생겼다는 기대를 동시에 드러냈다.

고 대표는 지난달 로레알 측과 인수 합의서에 서명을 마쳤다.〈본지 6월 23일자 경제섹션 3면> 양측 합의에 따라 인수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와 언론매체에선 로레알이 지불해야 할 금액이 2억~5억 달러에 달할 것이란 추산이 잇따르고 있다. 닉스 매각건을 마무리 지은 고 대표는 한동안 페루 여행을 즐기며 모처럼의 휴식을 가졌다.



지난 11일 LA 인근 커머스 시의 닉스 본사에서 휴가에서 돌아온 고 대표를 만났다. 그는 일생일대의 딜(Deal)을 마쳤음에도 여전히 닉스 최고경영자로서의 직무 수행에 여념이 없었다. "일하는 게 당연하죠. 로레알이 인수 작업을 모두 마칠 때까지는 내가 이 회사의 CEO예요." 본격적인 인터뷰를 시작하기도 전에 닉스가 성공한 비결의 일단을 짐작할 수 있었다.

◆발전을 위한 이별

고 대표는 적당한 시기가 됐다는 판단으로 닉스 매각을 결심했다. 로레알과의 접촉도 그가 먼저 시작한 것이다. 1년의 노력 끝에 로레알과 계약을 마쳤다. "닉스가 더 좋은 글로벌 브랜드가 되려면 그럴 능력이 있는 글로벌 회사가 맡는 게 좋다고 생각했어요. 닉스가 이만큼 성장했고 앞으로 더 클 여지가 상당한 지금이야말로 매각의 적기죠. 메이블린이란 브랜드도 1995년에 3억 달러 매출을 올리던 시점에 로레알이 샀어요. 지금 메이블린 매출액이 60억 달럽니다. 닉스도 그렇게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고 대표는 1999년 LA다운타운에서 닉스를 설립했다. 첫 해에 200만 달러 매출을 올렸다. 이후 15년간 순풍에 돛을 달았다. "운이 좋았죠. 단 한 해도 매출이 내려간 적이 없었으니까요."

닉스는 지금도 전국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색조화장품 브랜드 중 하나다. 올해 매출 1억 달러 돌파가 유력하다.

닉스는 전국은 물론 세계 각지에 독립매장을 두고 있다. 타겟과 CVS에서도 닉스 제품이 팔리고 있다. 인터넷을 통한 판매도 활발하다. 캐나다, 영국, 한국, 일본 등 세계 15개국에도 닉스 제품 판매망이 갖춰져 있다.

고 대표에 따르면 로레알은 닉스의 비즈니스 모델을 그대로 인계할 방침이다. "인디 컴퍼니(소규모 회사)를 대기업 스타일로 인수하면 잘 안되는 사례가 많거든요. 로레알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어요."

◆화장은 '엔조이'다

고 대표는 몇 가지 성공 비결을 공개했다. 첫 번째는 "가장 좋은 제품을 가장 싼 가격에 파는 것"이란다. 두 번째는 트렌드에 부합하는 제품을 발빠르게 내놓은 것이고 세 번째는 소셜미디어를 통한 홍보다. 특히 소셜미디어는 닉스의 성공에 큰 디딤돌이 됐다.

"'밀크'란 제품이 있었어요. 하얀색 아이섀도 펜슬인데 잘 팔리지 않다가 2008년부터 갑자기 매출이 확 늘었죠." 원인을 파악해 보니 창조적인 여성들이 밀크를 아이섀도 베이스로 활용하고 이 방식의 화장법을 유튜브 동영상으로 공개한 것이다. 이 화장법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된 것이다. "당시엔 아이섀도 베이스란 개념도 없었고 당연히 이를 위한 상품도 없었죠. 우연히 성공한 제품이지만 밀크는 지금도 우리 제품 중 두 번째로 많이 팔리는 아이템입니다."

2007년부터 소셜미디어를 통한 홍보를 도입한 닉스의 발빠른 행보도 큰 기여를 했다. 현재 닉스의 트위터, 인스타그램의 팔로어 수는 22만6000명, 73만명을 훌쩍 넘는다.

고 대표는 가장 중요한 성공 비결을 마지막에 공개했다. "잘 아는 일을 해야 성공합니다. 비즈니스를 알아야죠. 100% 아는 걸론 모자라고 1000% 알아야 해요. 난 여자이고 화장품 소비자이며 화장을 아주 좋아합니다. 돈을 벌기 위해 비즈니스에 뛰어들려는 사람은 말리고 싶어요. 즐겨야 성공합니다." "화장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이란 질문에 그는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화장은 엔조이(Enjoy)다"라고 답했다.

◆지금의 나는 '만들어진 나'

고 대표는 LA다운타운에서 향수.화장품 도매업을 하던 어머니 고상미씨를 돕다가 '내 사업을 하겠다'는 결심을 하고 닉스 코스메틱을 설립했다. 〔〈【LA한인무역협회 이사이기도 한 고상미씨는 지금도 화장품 도매업을 하고 있다. "어머니를 닮아 어릴 때부터 성격이 독립적이었죠. 내 비즈니스를 하고 싶었어요." 】〉〕

한국에서 태어나 13살에 미국에 온 고 대표는 스스로를 1.5세나 1세로 여긴다. "학창 시절엔 타인종과 영어로 이야기를 하면 어딘지 어색하고 모르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쉽지 않았어요. 사업을 하면서는 잘한다고 생각했던 내 영어에 한계도 느꼈죠."

그는 한국 드라마 시청을 중단하고 어릴 때 읽던 영어 동화책을 사서 큰 소리로 읽으며 발음 교정에 나섰다. "혀도 근육이잖아요. 큰 소리로 읽으면 훈련이 되는거죠. 말하는데 자신이 생기니까 모르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스트레스가 아니라 즐거움이 되더군요."

그는 한 가지 고백을 했다. "남들은 내가 사교적이고 외향적인 줄 알아요. 하지만 지금의 나는 내가 만들은 겁니다. 숫기가 없고 내향적인 성격을 최대한 없앤 거예요. 버릇이 바뀌면 성격이 바뀌고 얼굴 표정이 바뀝니다. 그러면 내 기분이 좋아지고 남들도 기분이 좋아지죠. '웃으면 복이와요'란 한국 TV 프로그램 타이틀보다 더한 진리는 없어요. 웃으면 인생이 달라집니다."

◆인생의 또 다른 챕터를 펼치겠다

고 대표는 닉스 매각 이후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진 않고 있다. "아직까진 앞으로 뭘 할지 정한 것이 없어요. 인생의 한 챕터(장)를 덮고 새로운 챕터를 열게 되겠죠."

그는 비즈니스를 즐긴다. 떠오른 아이디어를 실현하고 사람들과 만나 인간관계를 맺는 모든 과정이 재미있고 삶에 활력을 주기 때문이다.

"아마 또 다른 비즈니스를 하게 되지 않을까요. 난 패션을 좋아하고 부동산, 레스토랑, 호텔 비즈니스에도 관심이 많아요."

첫 사업체였던 닉스를 성장시켜 로레알에 거액에 매각한 고 대표는 이미 큰 성취를 이뤘다. 하지만 그의 성취는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 같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그가 언제, 어느 분야의 사업에 진출해 또 다른 성공신화를 써내려갈지 궁금해졌다.

글.사진=임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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