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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하고 '다름' 찾는데서 모든 고뇌 시작"…25일 LA 불교문화회 강연 갖는 현각 스님

한국생활 너무 복잡해져 유럽서 수행
'지식인일수록 물질이 행복 아님을 알아'
이기주의로 본질 잃은 청소년 지도 희망

남가주 불교사원연합회(회장 묘경스님,총무 문월봉) 주최의 부처님 오신날 연합법회(20일)로 남가주지역 한인불자와 만난 현각스님(50)이 오는 25일(금) 불교문화회(회장 김상원)가 마련한 '종교를 넘어 통찰을'이라는 주제로 LA집회를 갖는다.

베스트셀러 '만행: 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로 널리 알려진 현각스님은 숭산 스님의 운명적인 만남으로 제자가 됐다.

이후 한국으로 건너가 수행과 지도법사로 정진하다가 2009년 홀연히 한국을 뒤로 하고 지금은 독일 뮌헨에서 선센터를 만들어 유럽인에게 참선지도를 해주고 있다.

숭산 스님의 제자이며 똑같은 푸른 눈을 가진 미국인 무량스님이 세운 테하차피 태고사를 찾은 현각스님과 그 곳 종각에서 어렵사리 인터뷰를 가질 수 있었다.



- 얼마만에 LA를 찾은 것인가.

"6년 만인 것 같다. 반갑다."

- 지금은 독일에서 수행과 지도를 하고 있는데.

"(웃으며) 한국에서 망명왔다. 존 레논이 원하는 노래를 부르려고 미국으로 온 것을 '스스로 선택한 망명'이라 했듯이 나도 좀 더 수행과 지도를 잘 하려고 독일로 왔다. 우리와 같은 구도자들은 고독하고 외로워야 하는데 한국에서는 더 이상 그럴 수가 없었다. 거기엔 내 잘못도 컸다(저서 등으로 너무 유명해짐을 말함)."

- 왜 하필 독일이었나.

"숭산스님으로 부터 불교를 알기 훨씬 이전에 나에게 불교를 처음 알려 준 사람이 바로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이다. 그 역시 '세상은 고통'이라 보았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 해결이 불교에 있다고 했다. 그때부터 불교가 내 속에 자리잡게 됐다."

- 그 곳에서 고독하고 외롭게 잘 지내고 있나.

"만족할 만큼 외롭고 고독해서 잘 지내고 있다. '불이선원'을 세웠는데 원룸 정도 크기다. 독일사람들은 보시를 잘 안한다(웃음). 개념이 없다. 덕분에 탁발생활(신도들의 도네이션 즉 보시로 살아가는 수도자의 삶)도 잘 이뤄지고 있다. 다만 매일 선원을 운영할 수 없어서 일주일에 한두 차례 여는데 50명 정도 온다. 반응이 좋다."

- 유럽인들이 불교를 잘 받아들이는 이유가 있나.

"물질적으로 더 이상 행복해질 수 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특히 지식층일수록 뭔가 잘못된 것을 더 느끼고 있다. 유럽만이 아니다. 머리좋은 사람들이 모인 실리콘밸리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지금 불교의 참선이 인기있는 이유도 같다. 불교는 종교이기도 하지만 깨닫는 방법인 참선 자체가 실은 테크놀로지다. 맹목적 신앙 강요가 아니다. 과학적이면서 이성적이기 때문에 현대의 지성인이 좋아한다."

-깨달음이라 했는데 뭘 깨닫는 것인가.

"지금 내가 냄새맡고, 먹고,울고 웃고 하는 것이 진짜 내가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 '지금 냄새 맡고 있는 내 안에 있는 너는 누구냐'하는 의문점을 계속 추적해서 '아 바로 너였구나'하고 만날 때 그것이 바로 불교에서 말하는 깨달음이면서 바로 '참 나'이다. "

- '참 나'는 뭔가?

"나 이면서 너인 나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우리 그리고 모든 인간 더 나아가 자연 그리고 우주만물과 구분없는 '나'가 바로 나의 참다운 실존인 것이다. 세상에는 '둘(two)'이 없다는 걸 받아들이는 내가 바로 '참 나'의 모습이다. 그 때는 절로 이웃 사랑이 이루어진다. 왜? 원래 나의 모습은 나와 너를 구분하여 내 것이 챙기는 그 모습이 아닌 '불이' 즉 둘이 아님을 깨달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나와 인간, 그리고 온 우주와 통합된 나라고 할까."

- 거기에 이르는 방법이 즉 참선인가.

"그렇다. 자세, 호흡, 의문을 갖고 계속 바라보는 세가지가 주된 요소이다. 하루아침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바쁘더라도 매일 단 5분씩이라도 허리 쭉 펴고 홀로 조용히 앉아서 자기 호흡을 맞추면서 '지금 주변의 소리를 듣는, 냄새를 맡고 있는 나는 도대체 뭔가'하는 의문을 계속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실제로 유럽인들의 반응은.

"지금 질문하는 기자도 줄곧 한국인, 한인, 유럽인 하면서 구분하려고 한다. 그런 자신의 모습을 알고 있는가. 한인,한국인,미국인,독일인 할 것 없이 참선으로 느끼는 것은 같다. 한국인이 찾은 참 나의 모습이나 외국인이 자신 안에서 발견한 참 나의 본질은 다 같은 것이다. 인간의 본질은 다 같기 때문에. 다만 각자의 형성된 나쁜 습관 즉 사고가 바로 '둘', '다름'을 찾으려 하는데 여기에 모든 '고뇌'가 시작된다는 걸 알아야 한다. 한국사람, 이곳의 한인 그리고 독일인 할 것 없이 참선하러 앉기 전의 기분과 하고 난 다음에 일어났을 때의 자신의 변화를 느낀다. 가벼워짐, 맑아짐, 속이 탁 트임 등 이것은 결국 자유로움이다. 인간이면 누구나 갈망하는 것 궁극적으로 도달하고 싶은 것이니 모두 같게 느낄 수 밖에."

- 청소년들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다.

"다들 아시겠지만 지금 한국의 청소년들은 아이폰, 컴퓨터에는 도사급이다. 문제는 그것만 잘 한다는 데 있다. 어떻게 부모와 대화해야 할 지, 친구와 참다운 우정을 나눠야 할 지, 지하철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어떤 도움을 줘야 할 지는 모른다. 관심조차 없으니 '참 나'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지 않겠나. 이런 상태에서 제 정신으로 사물을 볼 수 있겠는가. 공부만 잘한다고 해서 그들이 행복해질 수 있겠는가. 한국만이 아니라 지금 모든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지금은 청소년들에게 관심가져야 할 중요한 시기다."

- 학부모들도 함께 들어야 한다고 했다.

"한국에 있을 때 부모들이 자녀문제로 많이 찾아왔다. 그 때마다 내가 느낀 것은 아이가 아니라 부모한테 문제가 있었다. 당연히 함께 와서 들어야 한다."

- 마지막으로 향후 계획은.

"하안거 때 한국에 간다. 앞으로 계획? 나는 방랑자다. 고향을 떠났고 한국을 떠나 지금 독일에 있다. 언제 독일을 떠날 지 나도 모른다. 또 뭘하게 될 지도. 오직 나의 도움이 필요한 데로 떠날 준비가 되어 있을 뿐이다."

현각스님은

* 1964년 미국 뉴저지 가톨릭 가정에서 9남매 중 일곱째. 속명 Paul Muenzen

* 예일대 영문학, 서양철학 학사(1987) , 하바드대 신학대학원 비교 종교학 석사(1992)

* 1989년 숭산 스님과 첫 만남. 동부에 있는 케임브리지 선센터 입문(1990)

* 1992년 중국 조계산 남화사에서 수계, 출가

* 양산 통도사 금강계단에서 비구계 수계(1996)

* 화계사에서 숭산 스님으로부터 공식 인가(2001)

* 한국국적 취득(2008)

* 2009년 부터 독일 뮌헨의 참선센터 '불이선원'에서 수행 및 지도. 대한불교 조계종에서 공식적으로 선사(Zen Master)로 인정(2012)

글ㆍ사진=김인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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