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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항쟁참가 조석제씨 별세

40여년전 민주주의의 깃발을 높이 들고 이승만 독재정권의 경무대로 진입했던 피끓는 청년이 시카고에서 세상을 떠났다.

지난 12일 오후 65세를 일기로 별세한 조석제씨는 가슴 속 깊이 젊은 날의 이상을 묻어둔 채 평생을 책과 벗하며 살다간 선비였다.

고인은 지난 60년 서울대 정치학과 재학 당시 문리대 학생회장으로 있으면서 일생일대의 대사건 4.19를 맞게 된다.

크게는 한국역사 작게는 고인의 인생을 좌우한 격렬한 역사의 전환기에서 고인은 한순간의 망설임없이 정의의 편에 섰다.



부정으로 얼룩진 3.15선거 이후 고인은 문리대 학생회를 비롯, 수많은 열혈 청년들로 구성된 시위대를 이끌고 경찰과의 충돌을 무릅쓰며 경무대까지 밀고 들어갔다.

고인과 시위대는 경찰의 저지선을 무너뜨리고 경무대까지 입성하며 이승만 대통령이 하야하는 결정적인 계기를 만들었다.

그러나 혁명과 정의의 열기는 잠시 뿐.

1년 뒤 발생한 5.16 쿠데타로 군사정권이 들어선 뒤 사흘이 멀게 자택에 중앙정보부 기관원들이 들이닥치는등 고인은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해야 했다.

선거등 사회적 사건이 있을 때마다 외국으로 추방당하다시피 한 고인은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도저히 할 수 없어 결국 미국으로 건너오게 된다.

마지막까지 조국을 떠나기를 주저했던 고인은 지난 78년 친정이 시카고에 있는 부인 권오진(60)씨의 권유로 도미를 결정했다.

시카고에서 고인은 지난날의 모든 꿈과 좌절을 뒤로 한 채 마음을 완전히 비우고 자유롭게 살았다.

권씨는 “모든 사심을 버리고 한 점의 명예욕도 없이 살던 분이었다”면서도 “밖으로 전혀 표현하지 않았지만 가슴속 깊이 간직했을 뜻을 펼치지 못했던 것이 정말 안타깝다”며 눈물지었다.

언제나 “공원 의자에 앉아 책 한권 읽다가 죽으면 그것이 가장 큰 행복”이라던 고인은 그 말대로 마지막 날까지 책을 옆에 두고 세상을 하직했다.


이재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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