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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선 조사식품 논란…방사선 멸균 식품에 방사능 남는다는 건 오해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식량농업기구(FAO) 등 국제기구와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용인한 기술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식품에 대한 방사선 쬐기만이 인류를 기아와 식품 유래 질병에서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방사선’은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해 국내에서는 허용 논란이 일고 있다.

2008년 국내 첫 우주인인 이소연 박사에게 제공된 우주식품 4종(김치.라면.생식바.수정과)은 방사선을 쬔 식품이었다. 올 1월에 인증받은 우주식품(불고기.비빔밥.미역국.오디음료) 등 4종도 마찬가지다. 면역력이 떨어져 각종 병균에 감염될 위험이 큰 환자가 먹는 음식(환자 멸균식)에도 방사선을 쬐는 것이 허용돼 있다. 우주 공간과 병실에선 식중독균 등 병균이 거의 제로 상태여야 해서다. 미국에서도 1960년대에 우주인용 식품부터 방사선을 쬐기 시작했다. 방사선 조사란 식품 내 세균.곰팡이 등 유해 미생물을 죽이거나 해충을 없애거나 발아를 억제하기 위해 방사선을 10kGy(킬로글레이 방사선 세기 단위) 범위 이내로 쬐어 주는 기술을 가리킨다.

논란 있지만 국제기구서 안전성 인정

방사선 조사식품의 안전성에 대해선 논란이 있지만 '안전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WHO.FAO.국제원자력기구(IAEA).세계소비자연맹(IOCU)는 1992년 제네바에서 회의를 연 뒤 식품에 방사선을 쬐어도 건강에 유해한 식품 성분상의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방사선을 쬔 식품의 안전성에 대해선 자신 있다"는 입장이다. 원자력연구원은 방사선 조사식품에 대해 소비자가 다음 세 가지 오해를 하고 있다고 말한다. "①방사능 물질에 오염돼 있다(방사선 조사식품은 방사능 오염식품이 아니다). ②영양소가 대량 파괴되고 조사 도중 해로운 독소가 생긴다(비타민 등 영양소가 일부 파괴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식품을 가열 살균할 때는 이보다 영양소가 더 파괴된다. 해로운 독소가 생성되지 않는다). ③부패한 식품에 방사선을 쬐면 식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한 번 상한 음식을 되돌리는 기술은 없다)"는 것이다.

반면 일부 소비자단체는 방사선 조사식품의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방사선을 쬔 식품을 장기간 섭취했을 때의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았고 유아.어린이에 미치는 영향이 연구되지 않았으며 동물실험에선 종양 증가.생식 결함.신장 손상 등이 보고됐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에 대해 방사선 조사를 지지하는 학자들은 어린이에 대한 영향 연구는 윤리상 연구 자체가 불가능하고 동물실험에선 새끼의 건강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았다고 반박한다. 또 방사선 조사 식품의 섭취가 암을 일으키거나 신장을 망가뜨릴 수 있다면 WHO.FDA 등이 허용했겠느냐고 반문한다.

식품 유해 세균을 죽이는 4가지 방법

식품에 오염된 식중독균 등 유해 세균 없애는 방법은 크게 보아 네 가지다. ①가장 손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식품에 열을 가해 세균을 죽이는 가열 처리법이다. 그러나 김치.생채소.과일.고기.생선회 등 가열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식품이 수두룩하다. ②메틸 브로마이드.에틸렌 옥사이드 등 화학 훈증제 살포법이다. 이 방법은 유해 세균을 죽일 수는 있지만 독성이 있는 훈증제 성분이 식품에 잔류할 수 있다는 것이 문제다. 또 훈증제 성분이 환경에 노출되면 대기를 오염시킬 수 있다. ③염소나 이산화황 등 소독성분이 든 물에 담갔다 빼는 침지법이다. 이 역시 염소 등 소독 성분이 잔류한다. ④식품이나 식재료에 10k㏉(최대 허용량)의 이하의 방사선을 쬐어 주는 방사선 조사법이다. 방사선을 쬐어 주면 세균.곰팡이 등 유해균이 죽는다. 그러면서 식품 자체의 온도는 거의 올라가지 않는다. 방사선을 쬐어 살균하는 것을 '냉(冷) 살균'이라고 하는 것은 이래서다. 또 포장 상태에서도 살균이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방사선 쬐면 냄새 나고 채소 물러질 수 있어

원자력연구원은 방사선 조사를 하면 식중독 발생률을 크게 낮출 수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에선 2004년부터는 학교급식에서 방사선을 쬔 고기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2005년 미국 질병관리센터(CDC) 자료에 따르면 미네소타주 학교 급식을 먹고 식중독에 걸린 학생수가 2003년 300명대에서 2004년 100명 이하로 줄었다.

안전성 논란 외에도 방사선 조사의 약점이 있다. ①지방이 많은 동물성 식품에 방사선을 쬐어 주면 특유의 냄새가 날 수 있다. 지방 산패가 일어나기 쉽다. ②채소에 고선량의 방사선을 쬐면 채소의 질감이 물러질 수 있다. ③방사선을 쬐는 도중 빛에 민감한 식품의 색소나 비타민 등 일부 영양소가 파괴될 수 있다. ④10kGy 정도의 방사선 조사로는 노로바이러스 등 식중독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사멸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EU 등이 식품에 방사선을 쬐는 것을 광범위하게 허용한 것은 이런 실(失)보다 식중독 사고 예방 등 득(得)이 크다고 평가해서다.

막연한 불안감에 소비자 10명 중 6명은 "우려"

국내에선 방사선 조사식품이라고 하면 원폭이나 원전 사고 등을 떠올리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많다. 식약청이 2006년 경북대 식품영양학과 김미라 교수팀에 의뢰해 소비자(504명)를 대상으로 방사선 조사식품에 대한 인식도를 조사해 봤다. 여기서 매우 우려한다(26%) 조금 우려한다(32%) 등 소비자 10명 중 6명 가까이가 우려를 표시했다. 지난해 5월 아주대병원에서 환자.보호자.병원 직원 등 93명을 대상으로 면접 조사한 결과 22%가 환자용 식사에 방사선을 쬐면 '환자식에 방사능 물질이 남는다'(22%) '잘 모르겠다'(39.4%)고 응답했다. 38.3%만이 '방사선은 빛이어서 방사능 물질이 환자식에 남지 않는다'고 바르게 답변했다. 원자력연구원은 최근 쇠고기.돼지고기.닭고기.오리고기 등 식육과 햄.소시지 등 식육가공품에 대해서도 방사선을 쬐는 것을 허용해 달라고 식품의약품안전청에 신청했다(본지 3월 16일자 20면). 정부(식약청.농림수산식품부)가 원자력연구원의 이 같은 요청을 받아들일지는 방사선을 쬔 식육이나 식육가공품의 실제 안전성보다는 우리 국민의 방사선에 대한 이해와 수용 정도가 판가름할 것으로 전망된다.

표시제 강화로 소비자 외면 더 심해질 듯

모든 방사선 조사 식품은 국제적으로 공통된 로고(Radura)를 부착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까지는 최종 제품에 방사선을 쬔 경우에만 방사선 조사식품임을 반드시 제품에 표시하도록 했었다. 그러나 올 1월 1일부터 방사선을 쬔 원료가 들어간 모든 제품에 반드시 이 사실을 알리도록 표시제를 강화했다. 예컨대 원료인 마늘에 방사선을 쬐었다면 이 마늘로 만든 마늘즙의 포장지에 방사선 조사 표시를 하는 것이 강제화됐다. 올해 표시제가 강화되면서 식품업계는 혹시 자사 제품이 방사선 조사 원료가 포함돼 있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농심의 경우 방사선 조사 여부를 검사하는 장비를 구입하는 데만 10억원이 들었다. 검사 인력 10명을 충원했고 건당 5만원가량인 검사를 한 달에 수백 건씩 수행한다. 소비자의 알 권리를 위한다는 것이 표시제 강화의 본래 취지이지만 이로 인해 방사선 조사식품에 대한 소비자의 기피와 외면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해 부르는 '방사선' 용어 변경 움직임

국내 소비자가 방사선을 일부러 쬔 식품에 대해 막연한 거부감을 보이는 것은 방사선이란 용어 탓이 크다. 방사선 조사식품을 방사능 오염식품과 혼동하는 것이다. 방사능 오염식품은 원전사고나 핵실험 과정에서 발생한 방사능 물질에 오염된 식품을 가리킨다. 이런 식품에는 방사능이 잔류한다. 방사선 조사식품에 사용된 방사선은 식품에 남지 않는다. 식품에 에너지를 가해 살균한 뒤 신속하게 식품에서 빠져 나간다. 식약청과 원자력연구원 등은 이런 국민의 오해를 불식시킬 적절한 대체 용어를 찾고 있다. 미국에선 '냉멸균식품'(cool sterilized food) 유럽에선 클린 푸드(clean food)라는 용어가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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